S&P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내릴 수 있다… 연말까지 1회"

입력
2024.07.12 04:30
2면
루이 커쉬·킴엥 탄 S&P 전무 인터뷰
"미 연준, 9월보다 12월 한 차례 인하"
한국 올해 성장률 2.2→2.6%로 상향
"불평등 완화, 생산성 높일 수 있어"


"과거에도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빠르게 움직인 전례가 있다. 금리 인상도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 굳이 연준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루이 커쉬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연내 단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은의 선제적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수출 호조를 반영,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한층 높여 잡았다.

루이 커쉬 S&P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전무)는 11일 서울 중구 S&P글로벌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은과 미 연준 둘 다 하반기 중 0.25%포인트씩 단 한 번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시장이 기대하는 '9월 첫 금리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목표(2%)를 웃도는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연말인 12월쯤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란 게 S&P의 최신 전망이다.


한은은 그보다 빨리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커쉬 전무는 "환율 우려를 감안할 때 미국과 시차가 크지는 않겠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 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있다면 한은이 조금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까지 내려오는 등 물가 둔화세가 완연해지며 금리 인하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한은은 물가 외에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원화 약세와 자본유출 우려, 가계부채 등 변수도 두루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4월 말 S&P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및 전망을 'AA,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는 눈높이를 2.6%로 올려 잡았다고 커쉬 전무는 전했다. 한은 전망치(2.5%)보다 소폭 높고, 정부 전망과는 동일한 수준이다. 커쉬 전무는 "예상보다 좋은 수출 실적에 기반해 상향했다"며 "수출 개선은 국내총생산(GDP)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투자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방 위험으로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대외 요인을 꼽았고, 내년도 성장률 전망은 올해보다 다소 조정된 2.4%로 예상했다.



한국의 구조개혁 과제로는 '불평등 완화'를 강조했다. 커쉬 전무는 "한국은 여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크다"며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한 개혁은 형평성의 관점뿐 아니라 생산성과 성장률을 높이는 관점에서도 매우 반길 일"이라고 말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킴엥 탄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장(전무)은 "이런 정책은 설득부터 시행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 정권이 바뀌면 동력을 잃기 쉽다"며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탄 전무는 가계부채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고질적이고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정부가 시급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만큼 당장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정부 재정정책도 늘 신중하게 운영돼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국의 신용등급 방향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북한'을 지목했다. 탄 전무는 "북한 정권이 지금보다 덜 이성적으로, 큰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면 한국 정부에 대한 평가를 끌어내릴 수 있고, 반대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지향한다면 한국의 등급도 경제 지표에 맞게 상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