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동물 4076종 플라스틱 쓰레기 영향받아... 인류에도 위협"

입력
2024.07.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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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전문가들, 한자리에 모여 대응 방안 모색
"피지 조개의 80~90%서 미세 플라스틱 발견" 
실험 참가자 절반의 몸에서 환경 호르몬 검출
"인류 위협하는 플라스틱 문제 서둘러 해결을"
11월 부산서 '유엔 플라스틱 협약 회의' 열려

플라스틱 사용량 급증과 맞물려 발생한 해양 쓰레기가 동식물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플라스틱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1급 발암 물질이 인체에서도 검출되는 등 인류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에서 이 문제의 답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민간 연구소인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 지난 8일부터 나흘간 개최한 '제3차 신남방 바다공동체 역량강화 워크숍'에서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이 초래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11일 "4,076종의 야생 동물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해양 생물이 먹거나 폐그물에 얽혀 죽는 등의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해양 생물이 플라스틱에 노출되면 인류에게도 위협이 된다. 이유나 오션 국제협력팀장은 "(오세아니아의 섬나라인) 피지에서 발견되는 조개류의 80~90%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는데 조개류는 이곳 주민들의 주요 식량"이라고 지적했다.

일상에서 쉽게 접촉하는 플라스틱 제품을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는 유해 물질도 큰 문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해 서울, 남원, 여수에서 83명을 대상으로 소변·혈액 검사 등을 해보니 실험 참가자 중 절반의 몸에서 1급 발암 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OA) 등 30종의 환경 호르몬이 검출됐다. 아웃도어 등 의류용 섬유나 배달 음식 포장재 등 생활 속 플라스틱 제품을 통해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PFOA는 신장암과 고환암, 간손상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물질이다.

문제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석유 소비량은 차량 연비 향상, 전기화 등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되지만 석유화학제품인 플라스틱은 견고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전 세계적으로 2019년 약 3조7,000억 달러(약 5,100조 원·추정치)에서 2040년 7조1,000억 달러(약 9,700조 원)로 2배 가까이 늘 것으로 추정된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해양환경보호단체인 오션컨서번시의 펠리페 빅토리아 선임관리자는 "우리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양부터 줄여야 한다.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10년간 일회용 플라스틱 등을 25% 줄이는 내용의 법률이 통과됐다.

이번 행사는 오션이 신남방 바다공동체 이니셔티브(EASICO)의 사무국 자격으로 이번 행사를 주관했다. EASICO는 해양 플라스틱 제로화를 목표로 2021년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체결된 양해각서(MOU)에 따라 출범한 아시아 각국의 시민 중심 국제 협력 사업이다.

올해 11월 부산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첫 국제협약 도출을 목표로 하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회의'가 열린다. 앞서 열린 4차례 회의에서는 화석연료에서 뽑는 1차 플라스틱의 생산 감축 목표를 협약에 넣을지를 두고 국가 간 입장 차로 의견을 좁히지 못해왔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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