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찰로 2억 받아야"... 쯔양 협박 의혹 '사이버렉카'에 누리꾼 경악

입력
2024.07.11 16:30
9면
카라큘라·구제역·전국진 통화 녹취 공개
"현찰 2억 받아야" "엿 바꿔 먹는 게 낫겠나"
"부정한 돈 안 받았다" 해명에도 누리꾼 공분

1,0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게 수년간 교제폭력과 갈취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거를 빌미로 피해자인 그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정황이 공개된 '사이버렉카'들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사이버렉카란 부정적 이슈에 관한 폭로 영상을 제작해 이익을 얻는 유튜버를 말한다. 이들은 "부당 이득을 챙긴 적 없다"고 펄쩍 뛰었지만, 남의 아픔을 돈벌이에 이용한 이들을 엄정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쯔양 과거 논하며 "엿 바꿔 먹는 게 낫겠냐"

11일 쯔양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 남자친구이자 소속사 대표 A씨로부터 4년간 폭행, 착취, 불법촬영 등의 피해를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A씨의 강요로 술집에서 일하기도 했고 이후 40억 원에 달하는 유튜브 수익도 갈취당했다는 게 쯔양 측 주장이다.

쯔양의 사연은 전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가세연은 일부 사이버렉카들이 쯔양의 과거를 약점 잡아 돈을 뜯으려 한 정황이 담긴 녹취 음성을 공개했다. 등장하는 유튜버는 '전국진', '구제역', '카라큘라' 등 3명이다.

전국진은 구제역과의 통화에서 쯔양의 과거를 언급하며 "현 (소속사) 대표가 쯔양이 버는 돈이 있으니 어느 정도 괜찮게 챙겨줄 것 같다, 그냥 몇 천(만 원) 시원하게 당기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구제역은 "쯔양 (소속사) 대표를 한번 만나보겠다. 크게 하려면 현찰로 2억은 받아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구제역은 카라큘라와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 구제역이 "형님 입장에서 이건 엿 바꿔 먹는 게 나을 것 같냐"고 묻자 카라큘라는 "유튜브 입장에서 쯔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네가 쯔양을 건드리면 제1 타깃이 된다"며 "어떤 게 네게 더 이로운가 저울질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녹취엔 이런 협박이 처음이 아닌 듯한 정황도 드러났다. 구제역은 전국진에게 "솔직히 내가 이런 거 잘한다. 그래서 (제네시스) GV80도 샀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카라큘라에게 코인 사기 의혹을 받는 B씨로부터 약 3억 원을 받았다며 "피해자들과도 입을 맞췄다", "솔직히 제가 (돈을) 쓰긴 썼다"고 했다.

정치권도 "심각한 사회 문제" 지적

유튜버들은 일제히 결백을 주장했다. 구제역은 이날 유튜브 커뮤니티에 "부끄러운 돈 받지 않았다"며 "쯔양님의 곁에서 잊힐 권리를 지켜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카라큘라도 "제 두 아들을 걸고 유튜버로 살며 누군가에게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사이버렉카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공분하고 있다. 겉으론 범죄 가해자를 저격하며 '정의의 사도' 역할을 하면서, 뒤에선 유명인의 약점을 잡아 돈 벌 궁리를 했다는 실망감에서다. 범죄 피해자로 추정되는 쯔양을 보호하긴커녕 협박하려 한 정황에도 경악했다.

각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는 "'잊힐 권리'를 지키는 게 언제부터 남의 상처를 후비는 것과 같은 말이었냐", "반성의 기미도 없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들 유튜버가 평소 사건 사고 가해자를 비판하는 영상을 주로 제작해왔기에 "자격이 없다"는 반응도 거셌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은 사이버렉카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단순 온라인 괴롭힘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은 유튜버 '구독 취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카라큘라미디어 채널의 경우 구독자는 10일 129만 명에서 11일 오후 기준 126만 명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구제역(19만2,000명→18만 7,000명)과 전국진(23만5,000명→23만2,000명)의 구독자도 줄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에는 쯔양을 협박했거나 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유튜버들을 공갈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