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발명 중에는 바퀴, 인쇄술, 전기, 인터넷 외에 ‘내일’도 있다. 인간은 과거를 성찰하며 미래를 예측해서 더 나은 현재를 만들려 한다. 책 ‘시간의 지배자’는 이러한 예지력이 인류가 다른 종들에 군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책의 원제가 ‘내일의 발명’인 이유다. 다른 동물들에게 예지력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인간의 예지력은 훨씬 정교하고 치밀하다. ‘행동 현대성’의 필수적 특징으로 꼽히는 정교한 계획, 혁신, 추상적 사고, 상징의 사용에서도 예지력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토머스 서든도프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과 교수 등 공저자 3명이 ‘멘탈 타임머신’이라 이름 붙인 인간의 정신은 과거의 일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경험하게 하고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인간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미래를 설계하며 다가올 기회와 위험에 대비한다. 그 과정에서 각종 도구를 만들고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하면서 한 걸음씩 진보를 이뤘다. 문자, 시계, 달력, 돈 같은 도구는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관리하며 미래를 설계하면서 거래를 확장하고 협력을 증대해 혁신을 이룰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예지력이 불완전해 자주 실패한다는 데 있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예지력을 발휘하느라 공동의 이익과 먼 미래의 위험을 챙기지 못한다. 단 200년 만에 인구는 8배로 늘었는데, 인간과 같은 계통으로 분류되는 영장류 500여 종 중 약 60%가 멸절했거나 멸종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 팬데믹, 무분별한 탄소배출, 플라스틱 오염, 삼림 파괴 등으로 이제는 인류가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책은 인류에게 다가오는 재앙을 극복하려면 또다시 예지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 이상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실패를 보완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시도를 해볼 기회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