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지방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퍼부으면서, 하루 만에 농경지 침수 피해가 10배 이상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여의도 면적의 32배가 넘는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 기준 9,522㏊의 농작물이 침수됐고, 농경지 88.1ha가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전날 정부는 9일 기준 피해면적을 969.2ha로 봤는데, 하루 만에 피해가 10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잠정 집계된 상황이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 지역 피해가 가장 컸다. 전체 피해 규모의 73.6%에 이르는 7,008.6㏊의 농작물이 침수됐다. 특히 서천 지역은 피해 면적이 4,258.6㏊에 이른다. 경북(1,318㏊), 전북(1,008.2㏊) 지역도 피해가 컸고, 대전(89.3㏊), 대구(54.7㏊), 충북(39.3㏊) 등 전국 곳곳이 잠겼다.
벼 작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전체 피해 중 78.3%에 이르는 7,456.3㏊가 논밭이었다. 콩(468.2㏊), 고추(309.1㏊), 수박(116.2㏊), 포도(99㏊), 멜론(85.8㏊), 참외(73.5㏊) 등 주요 농산물 재배지도 초토화돼 수급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축사 피해도 잇따랐다. 충남과 전북 등에서 약 21㏊ 규모의 축사가 침수되거나 파손됐다. 소(22마리), 돼지(조사 중), 닭(31만5,600마리), 오리(2만2,000마리) 등 33만9,000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예정된 회의를 모두 취소하고 간부급 이상 직원에게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응급 복구 현황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송 장관은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물이 잘 빠지도록 조치하고 채소·과수 등 피해를 본 농작물은 생육을 회복할 수 있도록 영양제를 살포해달라”며 “병충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육관리협의체를 통해 방제 작업을 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