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사흘 만에 전사한 18세 오빠, 74년 만에 가족 품으로

입력
2024.07.11 10:47
춘천지구 전쟁서 장렬히 전사
유족 "유해라도 찾아 다행" 눈물

6·25전쟁에 참전했다 18세 나이로 전사한 호국영웅의 신원이 확인돼 7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11일 2008년 5월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이 '춘천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고 강한찬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해발굴이 2000년 4월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235명으로 늘었다.

국유단은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유해발굴 작업에 나섰고, 개인호로 추정되는 곳에서 곧게 누운 자세로 있는 두개골과 정강이뼈 등을 찾았다. 이후 고인의 병적자료와 제적등본 기록 등을 토대로 고인의 동생 강길순(1940년생)씨를 올해 5월에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강 일병은 1932년 1월 칠곡군에서 2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다. 정확한 입대 일자는 알 수 없지만, 정전 이후 1957년 2월 발급된 전시확인서에 따르면 고인은 국군 제6사단 소속으로 춘천지구 전투에 참전했다. 춘천지구 전투는 6·25전쟁 개전일인 1950년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춘천 옥산포, 소양강, 봉의산 일대에서 국군이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킨 전투다.

전쟁 발발 3일 만인 1950년 6월 27일 고인이 18세 나이로 전사한 것이다. 고인의 희생은 국군이 한강 방어선을 구축하고 유엔군이 참전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 일병을 기리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이날 대구광역시 서구에 있는 달성토성마을에서 열렸다. 국유단은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고인의 조카 강영호(1955년생)씨는 "아버지와 고모께서 평생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하셨는데 이렇게 유해라도 찾아 다행"이라며 "병환으로 누워계신 고모께서 눈물만 흘리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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