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점장님 같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면 상대를 그저 ‘장애인’이라는 카테고리로만 보죠. 더는 저라는 개인을 보려 하지 않아요. 그게 싫어서 잠자코 있었어요.”
일본의 소설가 데라치 하루나의 장편소설 ‘강기슭에 선 사람은’에서 카페의 점장으로 일하는 ‘하라다 기요세’는 골칫덩이로 여겼던 직원 ‘시나가와’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에 당황하며 “어째서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았냐”라고 되묻는 기요세에게 시나가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도 별다른 경력 없이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 된 시나가와는 평소 활기차지만, 덜렁거리고 지각도 잦은 편이었습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 해 음식을 옮기다가도 다른 손님이 부르면 그대로 가버리곤 했죠. 임기응변이라는 개념도 없어 “알레르기가 있으니 마요네즈를 빼달라”는 주문에 “그렇게는 안 된다”고 대응해 손님을 화나게 만드는 시나가와는 기요세에게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ADHD를 갖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죠.
기요세는 시나가와에게 “가까운 사람 중에 그런 분이 없어서”라고 변명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다른 직원과 같지 않은 시나가와의 모습을 그저 ‘인격 문제’라고 결론 짓고 다른 가능성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기요세입니다. 자신이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던 그는 직원 시나가와뿐 아니라 가족, 연인, 친구 등 가까운 이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습니다.
소설에는 “강기슭에 선 사람은, 바닥에 가라앉은 돌의 수를 알지 못한다”라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제목인 ‘강기슭에 선 사람은’은 여기서 따왔죠. 타인의 바닥에 가라앉은 돌을 헤아려본 적이 있는 지를 가만히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