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팀 감독 내정 후 3일 만에 입을 연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정말 가고 싶지 않았고,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홍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를 마친 뒤 "올해 2월부터 내 이름이 내 의도에 관계없이 전력강화위원회, 대한축구협회, 언론에 났는데 정말로 괴로웠다"며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그로 인해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를 만난 뒤 단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에 대해선 "어쩌면 내 축구 인생에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5일 밤 이 총괄이사가 나를 찾아와 협회 기술철학에 대해 얘기했고, 그중에서도 A대표팀과 연령별 연계성을 강조했다"며 "정책을 만든 뒤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고, 실행은 현장에서 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A대표팀 감독이 하는 게 가장 좋다는 말에 나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 바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선수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무엇보다 나를 지키고 싶었기에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했다"고 했다.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건 '마지막 도전'이라는 키워드였다. 홍 감독은 "10년 전 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대표팀을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결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며 "그게 내가 팬들에게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마음을 바꾼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가 전력강화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이 총괄이사를) 만난 거지 그 시스템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분노한 팬들을 향해선 담담히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이렇게 작별하는 걸 원치 않았지만 나의 실수로 이렇게 떠나게 돼 너무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얼마 전까지 응원이었던 구호가 오늘은 야유로 나왔는데 그에 대해선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은 이날 광주에 0-1로 패했다. 이날 경기가 고별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기장에는 9,444명의 관중이 몰렸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 인력도 평소보다 많이 배치됐다.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피노키홍" "거짓말쟁이 런명보" "축협의 개MB" "'명'청한 행'보'" "Where is 의리"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등을 적은 걸개를 내걸며 홍 감독을 향한 적개심을 가감 없이 내비쳤다. 경기 카운트 다운 직전엔 "정몽규(축구협회장) 나가"와 "홍명보 나가"를 수차례 외친 뒤 "우~" 하며 야유를 퍼부었다. 또 경기장 한편엔 "'주'저하지 말고 '호'기롭게 나아가" "용기 있는 박주호" 등의 걸개를 걸어 전력강화위원회 실상을 폭로한 박주호 해설위원을 응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