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다시 혼탁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 논란이 급기야 '총선 고의 패배설'까지 번졌다. 4·10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하던 한동훈 후보가 당을 곤경에 빠뜨리려 의도적으로 김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한 후보는 "마타도어"라며 즉각 반박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원희룡 후보는 10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PK) 합동연설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김 여사 문자' 논란과 관련해 "영부인이 집권여당 책임자에게 얘기한 것이라면 그 의사소통을 통해 사실 윤 대통령도 설득할 수 있는 한줄기 빛, 최후의 희망 아니었겠는가"라며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할 총선 승리의 절박한 상황에서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끈 것은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를 향한 '사천(私薦)' 공격도 재개했다. 이날 앞서 원 후보는 채널A 유튜브에 나와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당시 가족 등과 공천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 "거짓말이 아니다"라며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할 때) 갑자기 끼어든 사람들, '갑툭튀'들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날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사천 논란을 부인하며 원 후보에게 근거를 물었을 때 답변을 회피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한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원 후보가 재차 허위사실을 들먹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다중인격 같은 구태정치는 청산돼야 한다"며 "늘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이 원 후보가 말하는 자랑스러운 정치 경험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법인카드를 사적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기회 드릴 때 진솔하게 사과하고 구태정치 안 한다는 반성을 공개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도 한 후보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나경원 후보는 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막아야 한다면서 "말솜씨로는 이길 수 없고 이미지 정치로도 이길 수 없다"며 "국정농단과 특검의 덫에 걸리는 초보 정치로도 이길 수 없다"고 한 후보를 몰아세웠다. 원 후보 또한 "당정이 갈라진다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며 "채 상병 특검에 함께 뭉쳐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건부 특검 수용'을 주장한 한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다만 네 명의 당권 주자들은 한목소리로 '내가 이재명의 적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당대표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윤상현 후보는 "제 몸에는 민주당을 이기는 승리의 DNA가 흐르고 있다"며 "우리 당을 승리로 이끌고 보수의 기상을 높일 수 있는 후보는 윤상현뿐"이라고 장담했다.
이 같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대세론'은 굳건한 모양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7, 8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2,003명에게 무선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후보의 당대표 적합도는 45%로 나타났다. 이어 원 후보 11%, 나 후보 8%, 윤 후보 1% 순이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한 후보가 적합하다'는 답변이 61%에 달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엠브레인리퍼블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