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으름장 통했나… 미국 민주당 사퇴론 갈등 봉합 분위기

입력
2024.07.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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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 회의, 집단 요구 없이 종료
지도부, 지지 확인… 서슬에 무기력
나토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 시험대

고령 약점이 노출된 TV 토론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하는지를 놓고 집권 민주당 내에서 일었던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분열 행태를 자제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으름장이 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후보 자격이나 경쟁력에 대한 의심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당장 홍수는 막았다”

바이든 대통령 거취 관련 입장 정리를 위해 9일(현지시간) 상·하원 각각 이뤄진 민주당 의원 회동은 집단 사퇴 요구 분출 같은 파국 없이 종료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2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하원 의원총회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이 더 많았다고 한다. 최근 당내 간부 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 퇴진 필요성을 언급했던 제리 내들러 의원(뉴욕)마저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흑인 의원 모임, 히스패닉 의원 모임, 진보 성향 의원 등도 바이든 대통령 편에 섰고, 상대적으로 덜 들썩였던 상원은 이날 오찬 회의 뒤에도 잠잠했다. 회합 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지지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민주당 지도부가 그(바이든)와 결별할 의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다. TV 토론 뒤 반기를 드는 의원이 속출하자 그는 전날 당내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과 방송 인터뷰, 유세 등을 통해 불출마 촉구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돕고 경선 결과를 무시하는 당내 기득권 세력의 반(反)민주적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하며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개별 비판이 모여 홍수가 되는 것을 바이든이 당장은 막았다”고 분석했다. NYT는 “바이든의 서슬이 당을 무기력한 상태로 마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비꽜다.

후보 조기 확정 가능성

하지만 진압됐다고 승복하는 것은 아니다. 미키 셰릴 하원의원(뉴저지)이 이날 가세하며 민주당 하원의원 213명 중 바이든 대통령 사퇴를 공개 요구한 하원 민주당 의원이 7명으로 늘었다. 스티븐 코언 하원의원(테네시)은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같은 페이지에 있냐(같은 입장이냐)’는 회의 뒤 취재진 질문에 “같은 책에 있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원의원의 3분의 1은 그가 물러나기를 바라고, 다른 3분의 1은 그가 머물기를 원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그가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체념한 상태”라는 소식통 전언을 소개했다.

시험대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다. 출발은 무난했다.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식 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을 막을 수 있고 그럴 것”이라는 열변으로 박수를 받았다. NYT는 “큰 실수가 없었고, 텔레프롬프터(원고 표시장치)를 보고 읽기는 했지만 토론 때보다 힘있고 또렷했다”고 호평했다.

고비는 행사 마지막 날인 11일 단독 기자회견이다. 이것만 무사히 넘기면 후보 교체 논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오하이오주(州) 후보 등록 마감일(8월 7일)을 핑계로 이르면 당이 전당대회(8월 19~22일) 전인 7월 말쯤 후보를 조기 확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