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인태사)가 9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반도와 대만을 비롯한 글로벌 정세를 보고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찾은 작전센터는 전 세계를 관할하며 미국의 패권을 상징하는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미국이 동맹 한국에 최고의 예우를 다한 셈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치공유 국가들의 연대가 필수"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인태사를 찾은 건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9년 만이다. 인태사는 주한미군사령부의 상급부대로,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중심 축이다. 한미동맹의 핵심으로 불린다.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인태사를 먼저 방문한 건 강력하고 끈끈한 한미동맹을 과시하려는 행보다. 윤 대통령은 "엄중한 국제정세와 한반도 안보 상황 속에 철통같은 한미동맹과 우리의 연합방위태세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미 측은 특히 윤 대통령에게 사령부 작전센터를 공개했다. 인태사는 지구 면적의 52%에 달하는 지역을 군사적으로 관할하는데, 센터에서는 미군이 펼치는 작전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령부는 윤 대통령에게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 정세와 △한반도·일본·대만 등 동북아 △동남아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서태평양 △북태평양 등의 개별 현황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인태사 고위관계자들과 북한 정세, 인태 지역의 잠재적 위협, 사이버 안보 등을 주제로 토의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작전센터에 모인 미군 장성들의 별을 다 모으면 50개에 이를 정도였다"고 밝혔다.
미 측 예우는 각별했다. 인태사에는 미국 4성 장군 40명의 10%에 해당하는 4명이 근무하는데, 이날 이들을 비롯해 또 다른 4성 장군인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윤 대통령을 맞이하러 인태사를 찾았다. 총 5명의 미군 4성 장군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인태사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별이 한곳에 모이는 건 펜타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엘 파파로 사령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한국이 즉각 지원에 나선 점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을 '비전과 용기를 가진 지도자'로 평가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에게 "국내의 일부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며 한일 관계를 개선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이끌어냈다"며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이런 비전과 용기를 발휘해 동북아, 인도태평양은 물론 글로벌 안보에 기여해주신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령부 장병 200여 명을 격려하는 한편, 최근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맺은 북한과 러시아를 향해 경고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처참한 삶을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핵의 선제 사용을 법제화했다"며 "지난달에는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무모한 세력으로부터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 경제적 번영을 지켜내기 위해선 강력한 힘과 함께 가치 공유국 간의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 최초의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훈련' △최근 국내에 입항한 루스벨트 항모 승선 △하와이 근해에서 현재 진행 중인 '림팩 훈련' 등을 언급하며 "공고한 공약과 협력에 토대를 둔 강력한 능력이야말로 규범에 기반한 역내 질서를 굳건하게 수호하는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