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온라인 쇼핑몰의 마케팅 포인트는 '최저가 비교'였다. 이젠 데이터가 최저가 자리를 꿰찼다. '오늘의 쇼핑 제안' '최근 구매 상품' '좋아할 만한 상품' 등 사용자 개개인의 검색·쇼핑 데이터에 기반한 구체적 추천 목록이 유혹한다. 구매 결정의 마지막 관문도 후기와 별점 등 데이터다.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의 단면이다.
책 '데이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는 '앞으로 다가올 10년 변화를 좌우할 주제'로 데이터에 주목한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 업무를 담당하는 저자 강성호는 전작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2021)의 후속작으로 이 책을 썼다.
플랫폼 기업의 성공 뒤에도 데이터가 있다. 쿠팡은 유통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 기업을 자처한다. 물류 최적화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1년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기업 가치는 역대 최고인 100조 원을 돌파했다. '데이터 경제'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데이터가 곧 주가인 시대다.
데이터는 이미 시장 질서를 바꿨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서비스는 제공하지만 돈은 받지 않는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무료가 아니다. 돈 대신 이용자의 데이터를 가져간다. 플랫폼 생태계에서 데이터는 화폐이기도 하다.
책은 당장은 생소하지만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상식이 될 주제들을 일상적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낸다. 문과생과 데이터에 압도된 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