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대통령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당초 채 상병 순직 1주기(19일) 전 재표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은 수정했다. 현 상황에서 재표결을 부결시키기보다, 여당의 전당대회 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심산이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가진 규탄대회에서 "국민이 개과천선하라고 준 마지막 기회까지도 가차없이 짓밟은 윤 대통령"이라며 "검사 윤석열의 잣대대로라면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 대통령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탄대회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새로운미래, 사회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도 "박정훈 대령 재판과 공수처 수사에서 쏟아진 수많은 증거와 정황이 윤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며 "수사외압 진상을 규명하려는 데 윤 대통령이 거부했으니, 이제는 윤 대통령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역시 "국회는 국정조사를 추진해서, 채 해병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과 더불어 임성근 전 사단장과 김건희 여사의 커넥션, 수사외압 행사까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공은 다시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지난 4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될 당시 국민의힘 이탈표는 1표(안철수 의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섣부르게 재표결에 나서기보다 여당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실제 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동훈 후보 주장대로 특검 추천 방식에서 접점을 찾아 수정안을 마련할 여지도 남겨둬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 검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있는 상황이라 현명하고 영리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재의결 처리 시점 등에 대해 추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수정안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간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돼 그 즉시 법률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하면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8명이 '찬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