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9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청원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야당은 19일과 26일 이틀간 예정된 청문회에 김 여사 모녀를 비롯해 39명의 증인을 정했는데, 국민의힘은 "여론재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청원에 대한 대체토론이 종료되고 표결이 시작되자 일제히 반발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에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26일에는 '김 여사 가족 비위 의혹'을 다룰 예정이다.
김 여사와 최씨는 '도이치모터스, 디올백 수수 사건 핵심 당사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핵심 당사자'라는 이유로 26일 청문회에 출석을 요구받았다.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법사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가 얼마 전 문자로 대국민 사과를 해도 되느냐는 문자를 남겼다는데, 공개된 자리에서 국민께 사정과 심정을 말하는 것도 대국민 소명 자리라 생각한다"고 증인 채택 배경을 설명했다. 청문회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여사 모녀 외에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 '주가조작 주포'로 알려진 이정필(구속 중)씨,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진 전 증권사 직원을 26일 청문회에 부르기로 했다.
이에 앞서 19일 청문회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김계관 해병대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지난달 열린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입법청문회' 증인들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판단을 내린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임상규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증인에 포함됐다.
여당은 민주당의 청문회 추진과 증인 채택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청문회 채택 건에 반발해 퇴장했던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국민 청원을 근거로 탄핵 청문회를 추진한다"면서 "청원안에 대한 청문회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탄핵 예비 절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청문회 개최를 결정하고 온갖 증인을 불러세울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민주당 입맛에 맞는 증인으로 여론재판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참 비겁하고 무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여당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증인으로 김 여사 모녀를 채택한 것에 대해 "이번 청문회는 전혀 법적 근거 없이 잘못된, 법률을 위반해 진행된 불법 청문회"라며 "기본적으로 증인들이 청문회 증인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