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소액 투자자에 혜택 돌아가기까지 시간 걸릴 것"

입력
2024.07.09 13:30
16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보고서
"기업 참여 유도할 요인 적고
거대 야당에 세제 개편도 요원"

기업 가치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평가가 나왔다. 참여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긴 점, 세제 개편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최근 '한국 증시 저평가와 맞붙다(Tackling the Korean Discount)'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상징"이라면서도 "소액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①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권장한다는 점을 밸류업 성과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는 "자율성을 강조하는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원칙준수·예외설명(comply or explain)'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 기업 지배구조 코드와 다르다"고 짚었다. 프로그램 참여를 원칙으로 삼고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할 경우 사유를 공시하게 한 일본과 달리, 한국 밸류업은 강제성이 없어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가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출시 및 4분기 중 이를 토대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계획을 밝힌 것은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보았다. 하지만 "지수 편입 기준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강제성이 없어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보고서는 "배당소득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②조세 제도가 주주가치 제고의 큰 장애물"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배당소득세에 대해 "배당세가 없는 싱가포르, 대만 등 주변 국가와 대조된다"며 "대주주에 대한 높은 배당세는 대주주가 배당금 확대를 주장할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가치를 낮추려고 하며 이는 소액주주에게 손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4월 총선에서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제도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장애물은 ③'재벌'이라 불리는 창업자 가족이 경제적 지분 없이 기업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체 주주의 수익보다 시장 지분율을 우선시하는 지배 주주(창업자 가족)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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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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