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최대 이변팀 삼성의 원동력은 불펜? 묘한 기록의 사자군단 필승조

입력
2024.07.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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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펜 지난해 비해 일취월장... 리그 4위 견인
'임창민-김재윤-오승환' 필승조 최강 면모
그러나 접전 상황서는 실속 부족... 후반기 변수

프로야구 전반기 최대 이변의 팀은 삼성이다. 지난해 8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한 사자 군단은 올해도 부진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44승 2무 39패(승률 0.530) 리그 4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해와 확 달라진 불펜진의 힘 덕분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삼성의 필승조는 접전상황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하며 선두권 진입에 제동을 걸고 있기도 하다.

올 시즌 삼성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4.95(6위)로, 최하위(5.16)를 기록했던 지난 시즌과 비교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승리도 따라왔다. 삼성 불펜은 전반기에 15번이나 팀 승리를 이끌었고, 26번의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임창민-김재윤-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역할이 컸다. 오승환(평균자책점 3.79)은 24세이브를 기록, 해당 부문 1위에 올라있고, 임창민(4.01)과 김재윤(4.43) 역시 각각 20홀드와 19홀드를 기록하며 해당 부문 1, 2위를 달리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필승조를 구축한 팀이 바로 삼성이다.

그러나 접전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오승환은 마무리 보직 특성상 간발의 차로 리드하는 중에 마운드에 오를 일이 많지만, 1점 차 리드에서 등판할 경우 평균자책점이 7.50으로 치솟았다.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에서의 평균자책점은 오승환(7.36) 임창민(7.36) 김재윤(10.64) 모두 전반기 전체 성적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인지 김재윤과 오승환은 블론세이브를 각각 5개(공동 2위)와 4개(공동 6위) 기록하기도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판하는 필승조 특성상 불가피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명성과 전반적인 호기록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세 선수의 나이를 감안하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후반기에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1982년생인 오승환은 이미 불혹을 넘었고, 임창민도 1985년생으로 3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그나마 나이가 적은 김재윤도 1990년생으로 30대 중반이다. 전반기 막판 이미 불안한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오승환은 지난달 25일부터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1.60(1세이브 2패)의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김재윤(16.38·2홀드 2패)도 무너졌다. 팀은 이 기간 1승 1무 7패(5연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전반기를 마치자마자 대대적인 코치진 교체를 감행했다. 이병규 수석 코치를 비롯한 기존 1군 메인 코치들이 퓨처스 또는 재활군으로 이동한 반면, 정대현 퓨처스 감독을 포함한 4명의 코치가 1군으로 올라왔다. 후반기 필승조 3인방의 실속 있는 마운드 운영이 새 코치진의 과제로 떠올랐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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