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 징계하려는 변협... AI 법조인 나오려면 '사람 반대'부터 넘어야

입력
2024.07.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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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AI 상담 도입한 로펌 징계 검토
"AI 도입 시 과당경쟁 더 심해져" 우려
"AI 물결은 거스를 수 없을 것" 관측도

<Q> "기자가 취재원과 약속을 어기고 기사를 작성하면 처벌받나요?"

<A> "언론 자유는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고,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공개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취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가 궁금해 질문을 했더니, 곧장 답변이 나왔다. 헌법, 개인정보보호법은 물론 비법학 영역인 '언론윤리'까지 다각도로 언급하며 즉답을 내놓은 건, 노련한 언론 전문 변호사가 아니라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만든 인공지능(AI) 챗봇이다. 관련 법률 검토와 유사 사례까지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0초다.

대륙아주는 법률 관련 문답에 AI를 활용한 시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변호사업계에선 AI를 법률 상담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례나 관련 법령 수집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업무를 빨리 처리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혁신론자'들이 있는 반면, 안 그래도 힘든 변호사 시장이 더 레드오션이 되고 말 것이란 '비관론자'들이 맞서는 형국이다.


변협, AI 챗봇 징계 검토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AI 기술을 상담 업무에 도입한 대륙아주 변호사들의 징계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변협은 다음 달 12일 조사위원회를 열어 대륙아주 변호사 7명의 변호사법 위반 및 변협 지침(광고규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징계 개시 청구를 심의한다. 조사위가 의결을 결정하면 징계 안건은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징계위는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하게 된다.

변협의 징계 검토 근거는 내부 규정인 '광고규정 4조 12호와 8조 1항'이다. 무료 또는 염가의 법률상담을 금지하는 조항인데, AI가 변호사만 할 수 있는 법률상담을 공짜로 해줘 공정한 수임질서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변협 판단이다. 아울러 변협은 △대륙아주가 챗봇 개발사에 광고노출 기회를 제공해 변호사법 34조 5항의 동업금지 규정을 위반하고 △수임 사건 정보를 챗봇 데이터로 활용해 '고객 정보 보호' 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있다.

다만 변협이 징계를 검토하긴 했지만, 다른 전문가 영역을 하나둘씩 침범한 AI 기술이 법률 시장에도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지 접목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법률서비스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답한 이용자 중 62.3%가 온라인 플랫폼 이용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2027년까지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규모가 64조 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변협이 '리걸테크' 저지에 나선 이유는 워낙 일선 변호사들이 과당경쟁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KDI 분석에 따르면 2006년 2억9,000만 원이었던 변호사 1인당 매출은 2022년 3억 원으로, 16년 동안 그대로다. '인간 변호사'끼리의 경쟁도 벅찬데, AI까지 유입되면 변호사 수입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술 규제만이 능사일까

물론 AI가 거짓말을 하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 등 다양한 부작용을 감안하면, AI 챗봇에 통제가 필요하다는 변협 측 주장에도 상당한 일리가 있다. 김기원 서울변호사회 법제이사는 "현재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적법하게 취합되는지, 그 결과물은 정확한지에 대한 전문가의 교차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문제는 과거 사례를 보면 변호사 단체들이 '새 기술' 접목 때마다 매번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앞서 변협은 온라인 플랫폼 '로톡'이 유료 중개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세 차례 고발을 하고 가입 변호사 123명을 징계했다. 법무부는 징계위원회를 거쳐 변협 처분을 모두 취소했지만, 약 1년간 이어진 분쟁에 변호사업계는 지난한 불화를 겪었다.

결국 사람과 인간의 네트워크가 중심인 '전통적 법률시장'과 '리걸테크'의 상생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본 법무성은 지난해 8월 법률AI 지침을 만들었고, 변협도 올해 학술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변호사 업무에서의 AI의 사용과 변호사 윤리' 연구비를 지원한 바 있다.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인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에게 부당한 정보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데이터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신뢰 가능한 AI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부도 최근 가이드라인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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