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줄다리기 시작… "14% 올려 1만1200원" "10원 올려 9870원"

입력
2024.07.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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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최초안 이어 수정안 제시
경영계 "경영난 심각해 안정 필요"
노동계 "비혼 단신 생계비도 안돼"
의견차 그대로, 논의 쉽지 않을 듯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노동계가 1만1,200원을, 경영계가 9,870원을 요구했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에서 노동계는 13%대 인상을, 경영계는 10원 인상을 각각 주장한 것으로, 액수 차이가 커서 향후 합의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이같은 1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이날 최초 요구안으로 1만2,600원을 제시했다가 1,400원을 낮췄고,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했다가 그보다 10원 올린 수정안을 내놨다. 양측 제시안은 올해 최저임금 대비 각각 13.6%, 0.1% 인상된 액수다.

"소상공인 경영난" vs "실질임금 줄어"

사용자위원들은 '소상공인 경영난'을 최저임금 동결 이유로 들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 매출액은 마이너스 6.9%로 전년 동기의 마이너스 1.2%보다 더 하락했고, 소상공인도 1분기 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며 "가장 큰 부담은 인상된 최저임금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도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적정 상한을 중위임금의 60%라고 하는데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5.8%에 이른다"며 "이는 G7(주요 7개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고, 최저임금 근로 계층이 적용받는 세율은 G7 국가보다 낮아 실질적인 임금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들은 물가 폭등으로 인해 실질임금이 줄었다고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해 노동자 실질임금 저하 상황이 나타났고 소득분배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가 매우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최저임금이 비혼 단신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비혼 단신 가구의 생계비가 월 246만 원이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이에 미치지도 못한다"며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는 2.27명, 가구당 취업자 수는 1.43명인 만큼 이에 걸맞은 추정 실태 생계비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직후 노동계는 반발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수정안에서마저 0.1% 인상률을 제시한 것은 최저임금위 회의를 형해화하는 행위"라며 "서민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또 사실상 동결하자는 사용자위원들의 주장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양측 의견차가 커 향후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심의가 마무리돼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1일 10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 복귀 경영계, 파행 사태에 "유감"

근로자위원들의 투표 방해 행위를 문제 삼아 8차 회의에 불참했다가 복귀한 사용자위원들은 회의 파행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행위로 의사결정이 왜곡된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위원회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청했다. 앞서 이달 2일 열린 7차 회의에서는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경영계가 제안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표결에 반발하며 투표용지를 찢고 위원장에게 의사봉을 뺏는 일이 발생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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