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입' 중국대사 교체, 한중관계 새출발 계기로

입력
2024.07.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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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10일 공식 업무에서 손을 뗀다. 2020년 1월 부임한 지 4년 6개월 만이다. 후임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한중 외교를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가 선임돼야 마땅하다. 이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길 기대한다.

역대 주한 중국대사의 임기가 2~6년이었던 걸 감안하면 싱 대사의 이임이 이례적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싱 대사가 그동안 주재국 정서를 감안하지 않는 '거친 입'으로 한중 관계에 도움이 안 되는 논란을 일으킨 데다가, 우리 정부도 중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해온 상황에서 교체되는 점은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엔 적어도 주재국을 존중하는 상식적인 외교관을 보내, 악화일로를 걸어 온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계속 미뤄져 온 고위급 교류를 되살리는 데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2014년 이후 한국을 찾은 적이 없는 시 주석도 내년 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엔 참석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 성격까지 감안해 일정 조율과 사전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게 양국 외교 모두의 과제다.

이미 한중 교류 협력이 회복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건 환영할 일이다. 지난 5월 리창 총리가 중국 2인자로는 9년 만에 방한했고, 한중 외교부와 국방부 간 2+2 대화 협의체인 ‘외교안보대화’가 차관급으로 격상돼 처음 열린 것도 의미가 적잖다.

주한 중국대사 교체에 맞춰 중국의 성의가 확인되는 걸 전제로 주중 한국대사관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군사동맹 수준의 북러 조약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급박한 국제 정세와 미중 충돌에도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중 경제 구조는 두 나라가 서로 여전히 중요한 이웃이라는 걸 다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