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의 첫 합동연설회가 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김건희 여사 문자 파동'을 고리로 물고 물리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한동훈 후보는 올 1월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하려던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무시했다며 공세를 펴는 친윤석열계를 향해 '내부 총질'이라고 반격했다. 연설에서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의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는 연설 직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영부인과 당무 관련해서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경쟁 후보들은) 당대표가 되면 영부인이 당무 관련해서 상의하면 답을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 후보가 총선 공천과 관련해 가족과 상의했다'는 원희룡 후보의 의혹 제기에는 "마치 (김의겸 전 의원 등이 제기한) 청담동 룸살롱 첼리스트와 같다"면서 "거짓말이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반윤석열 후보'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듯 연설에서 “여러분과 함께 만든 우리 윤석열 정부를 제가 끝까지 성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한 후보와 대척점에 서 있는 원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한 후보의 '정체성' 논란을 겨냥해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정이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며 윤·한 갈등을 적극 파고들었다.
원 후보는 외연 확장 의지도 강조했다. '친윤계와 손잡고 네거티브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설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6%, 국민의힘 지지율은 33%로 나온 지난 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대통령도 바뀌고, 당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비윤·비한’ 색채를 부각시켰다. 김 여사 문자 파동으로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노린 것이다.
나 후보는 "사사건건 충돌하는 당대표, 눈치 보는 당대표는 안 된다"며 한동훈·원희룡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잘하는 건 팍팍 밀어드리고 대통령이 민심과 멀어지면 쓴소리를 거침없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취재진과 만나서도 김 여사 문자 파동에 대한 대응을 두고 "원 후보는 대응 방식이 굉장히 세련되지 못하고, 한 후보도 논란을 끝내기 위해 본인이 깨끗하게 사과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도 김 여사 문자 파동에 따른 반목과 대립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 당을 폭망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썩은 기득권의 줄세우기와 계파 정치”라며 “줄을 세우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있다면 강하게 거부하라”고 외쳤다. 비주류 후보를 찍어내려는 잇단 '연판장 정치'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대표 후보와 연대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대리전도 치열했다. 전날 불발된 한동훈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주도한 친윤석열계 이상규 최고위원 후보는 연설 뒤 취재진과 만나 "김 여사의 문자를 보고 어떻게 한 번도 대답을 안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연설에서도 “비례대표 당선권 후보 명단에 호남에서 일평생 분투했던 인물들이 없었다”며 총선 당시 당을 지휘한 한 후보를 직격했다.
반면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영부인의 사적인 문자까지 공개하는 것은 당을 둘로 갈라놓고 건강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문자 공개 배후자에 대한 당 윤리위 제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광주·전남·전북·제주를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10일), 대구·경북(12일), 대전·세종·충남·충북(15일), 서울·인천·경기·강원(17일)을 돌며 합동연설회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