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계속 무용을 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던 초등학생이 세계적 명문 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에 합격해 화제다.
사연의 주인공은 발레리노 전민철(20).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전민철은 내년 2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솔리스트로 입단하게 됐다. 마린스키 발레단은 무용수 등급을 코르드 발레(군무)-코리페(군무 리더)-세컨드 솔로이스트-퍼스트 솔로이스트-프린시펄(수석 무용수) 등 5개로 두고 있는데 보통 신입 단원은 가장 아래 단계인 코르드 발레 단원으로 입단한다. 솔리스트 입단은 파격적 대우로 볼 수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소속인 마린스키 발레단은 러시아 최초의 발레단으로 차이콥스키 3대 발레인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을 완성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 로열 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와 함께 세계 '빅5 발레단'에 꼽힌다. 이곳에 한국인 발레리노가 입단하는 건 2011년 김기민에 이어 두 번째다.
무용을 향한 남다른 열정은 전민철의 초등학교 시절에도 엿보였다.
전민철은 2017년 3월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소개됐는데, 당시 진로를 두고 아버지 전재용씨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전씨가 아들에게 "중학생 돼도 무용을 계속할 거냐"고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응"이라 답했다. 다시 아버지가 "공부도 잘하니까 무용은 그냥 취미로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설득하자 전민철은 울먹이며 "그냥 내가 무용을 계속하는 게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남자가 무용을 해서 성공한 예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말에 전민철은 "그건 다른 사람이잖아. 내가 무용수로만 가면 사람들이 많이 안 알아주니까 내가 빌리(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도 보고 그러는 거 아니냐. 아빠 눈엔 내가 행복한 모습은 안 보여"라며 눈물을 흘렸다.
전민철은 이후 선화예중·선화예고를 거쳐 2022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에 입학했다. 2023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에서 시니어 파드되 부문 우승으로 군 입대도 면제받았다. 전민철은 오는 13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여는 '2024 발레 스타즈 갈라' 공연에 출연해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