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강요하는, 저항하기 힘든 함정

입력
2024.07.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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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밀란 쿤데라- 1

밀란 쿤데라(1929~2023)가, 1967년의 ‘농담’ 등 10권의 책을 내고 1년 전 오늘 세상을 떴다. ‘노벨문학상보다 높이 솟구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생시의 그를 소개한 적이 있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생시에도 그랬지만 그의 사후 다수의 비평가가 “왜?”라는 원망의 질문과 나름의 대답을 내놨다. 문학적 성취에 대한 평가야 각자 취향과 가치관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거론된 것들 가운데 문학 외적인 요인만 살펴보자.

주로 언급된 건 2008년 제기된 쿤데라의 체코 비밀경찰 협력설이다. 20세 청년 시절 쿤데라가 누구를 만난 사실을 체코 경찰에 보고했다는, 한 학자가 1950년 3월 경찰보고서를 근거로 폭로한 내용. 그 누구가 또 다른 제3자를 만났는데, 그 제3자가 군 탈영자였다는 게 문제였다. 즉 쿤데라가 반체제 청년을 밀고해 옥살이를 하게 했고, 그 대가로 쿤데라가 프라하 공연예술아카데미 영화학부에 진학할 수 있었다는 주장.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집단·전체주의에 편승하는 걸 출세의 지혜인 양 합리화하는 현대사회의 풍조를 조롱했던 작가여서 파문이 더 컸다. 물론 쿤데라는 칩거의 긴 침묵을 깨고 저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작가에 대한 암살”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곤 “역사는 때로 인간을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어떤 압력과 함정에 노출시키곤 한다”고 말했다. 그를 미워한 이들은 저 말이 과오에 대한 우회적 자백·변명이라 여겼을 테지만, 그는 작품들을 통해 ‘예·아니오’의 쉬운 대답에 대한 혐오와 복잡한 진실 및 존재의 아이러니에 집요하게 주목해왔다. 그는 좌파냐는 질문에도 우파냐는 질문에도 오직 “소설가”라고 답했고, “소설(문학)은 아이러니가 그물망처럼 연결된 복잡성의 세계”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가 문학적 성취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복이 적었던 까닭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안타깝지만 더 있다.(계속)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