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사당 스태추어리홀의 첫 흑인 여성

입력
2024.07.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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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메리 매클라우드 베순

미국 하원 회의장으로 쓰이던 국회의사당 스태추어리 홀(National Statuary Hall)은 1857년 현재의 새 하원 건물이 신축된 뒤 비워졌다가 1864년 지금 이름 '조각상들의 홀'로 개명됐다. 의회는 주별로 2명의 기념할 만한 시민 동상을 기증받아 주의회가 교체를 결의하지 않는 한 저 홀에 영구 전시키로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시민들의 방인 셈. 2020년 뉴멕시코주가 두 번째 동상을 추가하면서 50개주 100개의 동상이 채워졌고, 컬럼비아 특별구의 동상 2개, 의회가 직접 컬렉션에 포함시킨 로자 파크스 동상이 홀과 의사당 방문자센터 등에 전시돼 있다.

주별 동상 100개 가운데 아프리카계 미국인 동상이 스태추어리 홀에 세워진 건 불과 2년 전인 2022년 7월이고, 주인공은 플로리다 주의회가 정한 흑인 교육가 겸 시민권 운동가 메리 매클라우드 베순(Mary Mcleod Bethune, 1875.7.10~1955.5.18)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예 부부의 1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베순은 남북전쟁 후 흑인 교육 혜택으로 신학교를 졸업한 뒤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해외 선교연구소에서 선교사 양성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흑인은 선교사가 될 수 없는 현실을 깨닫고 낙향, 고향과 플로리다 등지서 교사 겸 보험 판매원으로 일했고, 1904년 5년 만에 끝난 결혼 생활 직후부터 흑인 여성 청소년을 위한 문학-산업학교를 세워 운영했다. 1929년 남자 학교 쿡맨 인스티튜트를 합병해 흑인이 세운 최초의 흑인 대학인 베순-쿡맨 대학을 설립, 오늘날 흑인대학의 기틀을 다졌다.
그는 여성 참정권 운동과 흑인 인권운동에도 앞장섰고, 1936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의 청소년국 흑인 담당국장, 해리 트루먼 정부의 45년 유엔 창설회의 특사 등을 역임하며 중앙정치무대에서도 흑인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1940년 이래 숨질 때까지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부회장을 맡았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