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이념적 유혹과 포퓰리스트’에 대해 경고하며 “지금 세계의 민주주의는 건강하지 않다는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이날 조기 총선 결선 투표가 실시된 프랑스에서 ‘원내 1당’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큰 극우 정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FP통신·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동부 트리에스테에서 설교를 통해 이념을 ‘하멜(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비유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멜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마을 아이들이 파리를 부는 남성에게 홀려 따라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는 내용의 독일 전래동화다.
교황은 ‘이념’에 대해 “당신을 유혹하고 당신이 스스로를 부인하도록 이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념의 찌꺼기를 피하고 당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쉬운 해결책에 속는 대신, 공공선에 열정을 쏟자”고 권했다. 또 “투표하러 가는 이들이 적어서 걱정”이라며 “무관심은 민주주의의 암”이라고도 말했다.
외신들은 이날이 공교롭게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AFP는 이를 언급한 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여러 나라 주교들이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부상을 경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RN) 중심의 극우 블록은 득표율 33.2%로 1위에 올랐고, 이날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교황의 언급에는 유럽에서 약진 중인 극우 세력, 특히 프랑스 극우 정당의 선거 승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행간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