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 부패 등 혐의로 실각·구금된 중국 고위직 인사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체제 시작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 주석의 총애를 받았거나 큰 공적을 세운 간부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성역 없는 호랑이 사냥'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체 조사를 거쳤다며 "중국 최고 사정 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올해 1~6월 '사냥'(처벌)을 당한 '호랑이'(고위급 인사)가 3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처벌된 고위 공무원 22명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인 것은 물론, 2013년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로도 최다 수치다.
올해 상반기 구금된 공무원 중에서는 유독 장관급 이상 고위직, 시 주석의 측근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탕이쥔 전 사법부장(장관급)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기율 위반 혐의로 갑작스럽게 낙마한 탕 전 부장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를 지냈을 당시 함께 근무한 부하들인 '즈장신쥔'의 멤버다. 시 주석의 최측근 그룹으로 분류돼 왔다. 5월 낙마한 탕런젠 전 농업농촌부장(장관급)은 지난해 7월 시 주석의 특사로 남태평양도서국 미크로네시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3월 낙마한 류웨진 전 공안부 대테러 전문위원(차관급)은 2011년 마약왕 나오칸 체포 작전을 이끄는 등 '중국 마약 수사의 영웅'으로 불리는 유명 인사다. 그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됐을 정도로 중국에선 명망 있는 인물이지만, 시 주석의 '호랑이 사냥'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런민대의 한 정치학 교수는 SCMP에 "관례적으로 용인됐던 장관급의 면책 특권이나 과거 치적 같은 것은 시진핑의 부패 단속에 있어 더 이상 아무 의미도 통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SCMP는 지난해 중국 정가를 뒤흔든 스캔들의 주인공인 친강 전 외교부장과 리상푸 전 국방부장에 대한 처벌이 오는 15일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친 전 부장의 외교부장직과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직을 박탈했다. 이번 3중전회를 통해 마지막 남은 '당 중앙위원직'도 거둬들일 것이라는 게 중화권 언론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친 전 부장의 낙마 이유로는 방송국 아나운서와의 불륜, 기밀 유출설 등이 거론돼 왔으나, 현재까지 명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
리 전 부장은 지난해 국방부장직에서 해임된 지 8개월 만인 지난달 중국공산당에서 '제명' 처리됐다. 중국공산당은 제명 결정문에서 "당과 군대의 고위 간부로서 초심과 사명을 배반했다"고 명시했다. 그는 인민해방군 로켓군사령부의 납품 비리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지도부가 사실상 그를 '정치적 반역자'로 낙인찍은 만큼, 3중전회 전후 '사형'이 구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