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금지 구역에서 날리는 '무허가 드론'에 경찰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최근엔 적발되는 조종자의 상당수가 외국인 관광객인데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입국 시 사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항공안전법은 2021년부터 250g 이하 완구용 드론을 제외하고는 용도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조종 자격을 따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통 250g~2㎏의 무게가 나가는 취미·레저용 드론도 마찬가지다. 상위자격 취득을 목표로 할 때처럼 별도 시험까지 치를 필요는 없지만 일정 교육과정(6시간)은 이수해야 한다. 또한 조종 자격을 갖췄다 해도 서울 시내, 휴전선 및 원전 부근 등 비행금지구역과 공항 관제권(공항 중심 반경 9.3㎞ 이내)에선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드론을 띄울 수 없다. 위반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무허가 드론 단속 건수는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포착된 불법 드론 비행은 2020년 98건, 2021년 130건, 2022년 210건, 작년 345건으로 매년 평균 52%씩 치솟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무심코 띄운 무허가 드론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관할 지역 경찰은 물론 일선서 안보과까지 출동한다는 점이다. 혹시 모를 테러 혐의가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나가 보면 대부분은 '안보 위협'과는 거리가 멀어 출동 경찰관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인데 서울 시내 모습을 고공에서 담기 위해 촬영 장비를 부착한 드론을 띄우는 사례라고 한다. 한 일선서 안보과 간부는 "북한발 오물 풍선 사태로 경계가 심해져 단 건 신고에도 엄중히 대응하는데,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는 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태원이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남산타워 등은 인기 관광지임에도 용산 대통령실이 있어 비행이 금지됐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적잖다.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이곳 일대가 '드론 명소'로까지 통하는 실정이다. 용산구의 한 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올해 초까지 이태원, 한강공원 일대에서 하루에 2, 3건씩 신고가 들어와 '드론 노이로제'가 올 정도"라며 "해외 관광객의 드론 비행에 대응하느라 현장 경찰관들의 피로도가 상당한데, 실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무허가 드론 조종 시 외국인은 추후 계도나 처벌도 쉽지 않다. 드론 신고는 특성상 출동해 보면 현장에서 조종자나 해당 드론이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후 추적을 통해 찾아내도 외국인들은 관광 일정에 따라 다른 관할 구역으로 이동하거나 출국해버리는 일이 잦다.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할 때부터 교육을 하고 주요 관광지의 눈에 띄는 곳에 관련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공항 입국 시 드론을 지참한 관광객에게 출입국사무소 차원에서 관련 규정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등 사전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군사·안보시설이 시내와 인접해 있다"며 "주요 관광지 곳곳에 무허가 드론 비행을 금지하는 표지판과 안내 방송을 다양한 언어로 내보내 관광객에게도 숙지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