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원희룡 후보) 패배 브라더스의 진풍경입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뒤덮은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연판장 사태를 둘러싸고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나 후보는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다가 친윤(친윤석열)계 초선 의원 48명이 돌린 연판장에 불출마 압박을 받고,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전당대회 연판장의 원조 '피해자'였던 나 후보가 제2의 연판장 사태로 수세에 몰린 한 후보 편을 들지 않고 중립 기어를 박은 것이다.
우위를 달리고 있는 한 후보의 기세를 꺾는 게 급하다는 판단에 더해 친윤계와 친한계 계파싸움에 거리를 두면서 당내 중립 표심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나 후보 캠프는 한 후보가 자신이 당했던 핍박받는 '희생양' 프레임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전대 파동의 본질은 '거대 계파 친한계의 김건희 문자 무시 사태'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제2의 연판장 사태 이후 나 후보의 첫 반응은 '한-원 모두까기'였다. 나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래서 그들은 총선을 졌던 것"이라며 연판장 사태의 대립 축에 있는 두 후보를 동시에 저격했다. 지난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후보와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다 패한 원 후보 모두를 향해 선거 책임론을 꺼내 든 것이다.
진흙탕 갈등에도 '양비론'을 취했다. 나 후보는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의 당사자인 한 후보에 대해 "어설프게 공식-비공식 따지다 우리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가 그토록 바랐던 김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고 지적했다. 친윤계 일부 원외당협위원장들이 한 후보 사퇴 촉구 연판장을 준비한 움직임 관련해서는 원 후보를 겨냥해 "이 와중에 지긋지긋한 줄 세우기나 하면서 오히려 역풍이나 불게 만드는 무모한 아바타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연판장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후보 자신도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비슷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당시 친윤계가 나 후보를 주저앉히면서 김기현 당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반면 나 후보 측은 "친한계야말로 현재 당내 가장 거대한 계파이자 권력 중 하나"라며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후보는 나 후보와 달리 이미 다수파인 만큼 계파 간 주도권 다툼에 희생당할 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민수 캠프 대변인은 "원외당협위원장들의 기자회견이 자발적 의사 표현이라면 모르겠으나, 만약 이 역시 또 다른 계파의 줄 세우기 일환이라면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훈수를 두는 데 그쳤다. 연판장 갈등에 직접 참전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