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내가 트럼프 꺾을 최선 후보, 사퇴는 없다”… 정면돌파 통할까

입력
2024.07.06 12:43
ABC방송 인터뷰… “별도 인지력 검사 필요 없다”
“트럼프는 병적인 거짓말쟁이… 추가 토론 할 것”
대선 TV 토론 참패엔 “아프고 피곤했던 나쁜 밤”
유세장선 “트럼프 정치적 추방하자” 날 선 발언
“난 흑인 대통령과 일한 첫 흑인 여성” 또 말실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을 최고의 후보는 자신이라고 5일(현지 시간) 단언했다.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추방하자”는 강도 높은 발언도 내놨다. 고령(만 81세 8개월)에 따른 인지력 저하 논란과 관련, 대통령직 수행 적합성 입증을 위한 독립적인 신체검사 제안 역시 거부했다.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첫 TV 토론 참패 이후 소속 정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마저 제기되는 ‘대선 후보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이번 주말 여론의 향배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 완주 여부에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토론회 날 코로나19 검사도… 끔찍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이 선거(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라고 직격했다. 최근 빗발치는 당 안팎의 ‘바이든 필패론’에 선을 그으며 정면 돌파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고령 리스크 해소를 위한 별도의 인지력 검사도 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일 인지력 및 신경 검사를 받는다. 누구도 내게 인지력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인지력 검사를 거부하는 것인가’라는 후속 질문에도 “이미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TV 토론회 당일을 “나쁜 밤이었다”고 표현하며 자신의 컨디션 악화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나는 아팠고 피로했다. 아주 끔찍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어 “사실 의사가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체크했다”며 “그렇지는 않았고, 심각한 감기 증상임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토론 때 말을 심하게 더듬고 논리력도 상실했던 이유를 ‘지독한 감기’ 탓으로 돌린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토론에서) 트럼프는 28번 거짓말을 했고, 나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부진, 믿지 않는다”

자신의 재임 기간 업적도 내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중동 평화 계획을 세우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확대했으며, 경제를 부흥시켰다”며 “트럼프 집권 땐 경기후퇴가 올 수 있고, 물가 상승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내가 한국을 방문해 대(對)미국 투자 수십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며 ‘단골 소재’인 한국 기업도 재차 거론했다.

최근 불리하게 돌아가는 판세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가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믿지 않는다.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사퇴 요구, 특히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이 ‘바이든 사퇴 공개 요구’에 참여할 의원들을 모으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는 “견해가 다르지만 그를 존중한다”고만 했다.

인터뷰 녹화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사퇴는 완전히 배제한다”고 거듭 밝혔다. ‘왜 자신을 최선의 후보로 여기는가’라는 질문에는 “내가 이전에도 트럼프한테 승리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4년 전 일 아니냐’라는 지적에는 “당신은 모든 문제에 있어서 틀렸다”고 받아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가 토론 제안에 대해서는 “지금 약속한다.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계속 뛰고, 트럼프도 이길 것”

유세 현장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피력했다. ABC 인터뷰에 앞서 이날 대선 경합 지역인 위스콘신주(州) 매디슨을 방문한 그는 지난달 27일 토론회에 대해 “내 최고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90분의 토론이 3년 반의 성과를 지우게 두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선거를 계속 뛸 것이고,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바짝 날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비난한 뒤, “선거에서 함께 도널드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추방하자”고 호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땐 민주주의, 투표권, 경제 공정성, 낙태, 총기 규제 등이 다 후퇴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사건에서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고, ‘대선 뒤집기 시도 및 1·6 의사당 폭동 선동’ 혐의로도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적을 유권자들이 다시 한 번 떠올리도록 한 발언이었다.


미 언론 “활기찬 모습 불구, 유권자 불안 잠재울지 의문”

그러나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 호소가 이미 등을 돌린 당내 인사나 유권자들에게 먹힐지는 미지수다. 물론 이날 유세 및 인터뷰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활기차고 에너지도 넘쳤으며, 질문에 대한 답변도 일관되고 무난했다는 게 미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NYT는 “바이든은 자신의 나이 등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면서 ‘사람들의 우려가 있다’는 사실도 의문시했다”며 “이번 (ABC) 인터뷰가 어떻게 유권자의 불안감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짚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또 말실수 논란이 불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필라델피아 라디오 매체인 WURD와의 인터뷰 도중 스스로를 “흑인 대통령을 위해 일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라고 잘못 언급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시절 부통령이었던 자신과,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혼동하며 한데 묶어 버린 발언이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반복해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대통령이 자신의 역사적 기록을 언급하면서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명확하다”며 “뉴스거리도 아닌데 언론이 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일반인들도 종종 하는 ‘가벼운 말실수’를 언론이 지나치게 부각하려 한다는 불만이었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