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동물을 입양하면 좋은 점

입력
2024.07.06 14:00
18면



"예전엔 '시츄'가 보호소에 들어오면 나이에 관계없이 바로 입양을 갔어요. 시츄를 특별히 좋아하는 '시츄파'가 있었거든요. 요즘엔 나이가 있으면 시츄라도 입양처 찾기 어려워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서 동물을 구조해 입양 가족을 찾아주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최미금 대표는 최근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온 시츄 두 마리를 소개하며 한숨을 지었다. 각각 여덟 살, 열 살로 적지 않은 나이라 자칫 보호소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널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고 했다.

기자는 믹스견 '가락이'(10세), '가람이'(11~13세 추정)와 함께 살고 있다. 사람 나이로 치면 둘 다 70세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래서인지 '모신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가락이는 3개월 때 지자체 보호소에서, 가람이는 약 2년 전 동물보호단체에서 데려왔다. 당시 둘 사이가 어떨지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락이가 눈치 없이 굴다 엉덩이 털을 조금 뽑힌 것 빼곤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가람이는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보호소에서만 최소 8년을 살았고, 구조 당시 한 살 이상이었기 때문에 열 살이 넘은 건 확실했다. 나이가 들면서 목디스크 증상도 생겼다. 7㎏의 덩치에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입양 순위에서 밀렸을 거다.

하지만 막상 집에 데려오니 누가 시킨 듯이 배변을 잘 가리고 노즈워크(후각 활동 놀이)도 기가 막히게 잘했다.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을 재빨리 낚아챌 때 빼고는 사람 말귀도 잘 알아들었다. 왜 지금까지 입양을 가지 못했나 의아할 정도였다.

가람이를 입양하면서 마음에 걸렸던 친구가 있었다. 8년을 보호소 내 같은 방에서 생활했던 믹스견 '나오미'였다. 나오미는 재개발로 가족이 이사 간 자리를 떠나지 못한 사연으로 SBS TV 동물농장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8년 동안 입양을 가지 못했다. 믹스에 검은색 털에 여덟 살이라는 나이가 발목을 잡았던 걸까. 시간이 흐르며 나오미의 나이는 무려 열여섯 살이 됐다.

가람이와 나오미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의지하며 지냈는데, 가람이가 보호소를 '졸업'한 뒤 남겨진 나오미가 짠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나오미는 한동안 기력도 없고, 밥도 잘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나오미도 새 가족을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적처럼 느껴졌다. 긴 보호소 생활이 무색하게 나오미 역시 원래 그 집의 반려견이었던 것처럼 잘 지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보호소에 가면 '장기 투숙견, 투숙묘'가 많다.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문구가 알려진 덕분인지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이들이 펫숍이 아닌 보호소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하지만 여섯, 일곱 살만 돼도, 더욱이 품종이 아니라면 입양 순위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다.

나이 든 동물을 입양하면 좋은 점이 있다. 오랜 보호소 생활 덕분인지 눈치가 빨라 따로 뭘 가르치지 않아도 금방 규칙을 따른다. 사람과 생활해봤던 동물들은 적응력도 빠르다. 에너지를 조절할 줄도, 기다릴 줄도 안다. 입양 전이라면 내 생활패턴과 맞는지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도 있다.

나이 든 동물들에게도 따뜻한 집밥 먹을 기회가 꼭 주어지면 좋겠다. 입양이나 임시보호를 고민한다면 이들부터 고려해 주길 바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