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필요한 중고거래 생태계

입력
2024.07.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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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성장하고 있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최근 뜨거운 감자는 사기 범죄다. 특히 최근 들어 가짜 외부 링크를 이용한 판매자 사기,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두 속이는 3자 사기, 사기 이력 조회를 피한 다자 사기 등 중고거래 사기가 다양한 기법으로 진화하면서 이 이슈는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중고 사기가 심지어 조직화되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2023년 접수된 중고거래 사기 피해 금액은 2,598억 원 규모로, 10년 전인 2013년 270억 원 대비 무려 10배나 증가했다.

대부분의 중고 사기 범죄는 중고거래의 특징인 '직접 거래'의 맹점을 파고든다. 채팅을 통해 가격을 협의하고 계좌와 주소를 주고받는 직접 거래 방식은 가장 일반적인 중고거래 방식이다. 이 때문에 채팅을 통해 가짜 결제 링크나 가짜 정보를 전달해 거래 상대방을 속이거나, 물품 수령까지 시차를 이용해 물품이나 돈만 받고 잠적하는 등의 사기가 흔히 발생한다. 한국이 경제 선진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요즘 이 같은 행위는 저신뢰 국가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우리 경제의 기생충과도 같은 불법행위이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고자 중고거래 플랫폼 중 몇 곳은 안전결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안전결제'란 구매자가 물품 대금을 중개플랫폼에 결제하고, 중개플랫폼이 구매자의 물품 수령 확인 후 판매자에게 해당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결제부터 물품 수령까지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인 셈이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은 안전결제를 이용한 택배 거래 시 사기 피해 발생률이 1% 미만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이 안전결제 시스템이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024년 6월 중순 기준 시가총액 약 3,500억 엔의 일본 최대 중고 플랫폼 메루카리는 오프라인 직거래를 금지하고 100% 비대면 안전결제를 적용해 사기 범죄, 개인정보 유출, 분쟁 발생 등 중고거래의 문제 요소를 최소화하며 소비자 신뢰를 획득했다. 안전결제로 중고거래에 대한 신뢰를 쌓은 메루카리의 2023년 매출은 1,720억 엔(1조5,0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중고거래 시장에서 안전결제의 보편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는 판매자와 구매자, 플랫폼 간 '나만 안 당하면 된다'는 식의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탓이다. 안전 거래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고 중고거래 생태계를 고신뢰 사회로 발전시키려는 동력이 부족하여 이용자 개개인이 스스로가 유의해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중고 사기 범죄는 물품과 돈거래가 이뤄지는 거래 환경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거래 환경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변화와 행동이 요구된다. 플랫폼은 이용자 간 직접 거래의 장을 마련해주는 수준에서 나아가 거래 환경과 생태계를 더욱 안전한 상거래 문화로 정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안전결제나 제품 검수와 같이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중고거래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체계가 강화될수록 이들 역시 안전한 상거래 문화 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폰 사용률 세계 최정상 선진국가이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거래 품목도 더욱 확대되고 있는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선진국 위상에 걸맞게 사기 범죄를 줄이고 신뢰를 회복해야 앞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개인적 노력과 상호 간 배려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중고거래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과 특히 플랫폼의 근본적인 혁신 및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하여 중고거래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