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36·여)씨는 올 들어 부정(不定) 출혈과 생리 불순이 자주 발생해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여겨 회사를 옮겼다. 이직한 회사는 근무 조건도 좋고, 스트레스도 거의 없어 증상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부정 출혈과 생리 불순은 지속됐다. C씨는 걱정스러워 동네 산부인과 의원을 찾아 조직 검사를 받았는데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았다.
‘자궁내막암 치료 전문가’ 이원무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자궁내막암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증상은 질 출혈인데, 생리 불순이 있는 젊은 여성이나 생리가 불규칙해지는 폐경 이행기 여성은 정상 생리와 구분되지 않아 진단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자궁내막암 증상은.
“자궁내막암은 자궁의 가장 안쪽 면으로 임신 시 수정란이 착상하는 얇은 막인 자궁 내막에 암세포가 생긴 것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질(膣) 출혈이다. 자궁내막암 환자의 90% 정도에게서 질 출혈이 나타난다. 폐경 여성 대부분은 자궁 위축으로 질 출혈이 생기는데 10% 정도가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된다.
폐경 전 여성은 생리로 인해 구분하기 어려운데 생리가 아닌데 질 출혈이 생기거나 생리가 평소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이상 출혈이 생기면 자궁내막암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밖에 자궁 분비물 증가, 골반 압박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5% 정도다.
환자 대부분이 질 출혈이 발생하기에 산부인과를 빨리 찾는다면 조기 진단되고 예후(치료 경과)도 좋다. 하지만 생리 불순이 있으면 이상 질 출혈과 구분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자궁내막암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궁 내막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생길 수 있다. 이른 초경, 늦은 폐경, 타목시펜 복용, 불임, 무배란,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이 해당된다. 또한 가족력, 고혈압, 당뇨병, 비만, 갑상선 질환, 린치증후군 등이 에스트로겐과 관련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궁내막암 환자의 70% 정도는 비만과 관련 있으며, 체질량지수(BMI)가 높아질수록 사망률은 증가한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내막암 환자가 자궁경부암 환자보다 더 많아졌다. 자궁경부암은 국가암정복사업 일환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면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자궁내막암은 식생활 서구화 및 비만 인구 증가로 인해 2022년부터 자궁경부암을 넘어섰다.”
-자궁내막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수술을 우선 시행하고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병기(病期)가 정해지는 게 자궁내막암이다. 수술은 전자궁적출술, 양측난소난관절제술, 골반 및 대동맥 림프절절제술, 그리고 골반 및 복부 세척 세포 검사를 시행한다.
진행된 자궁내막암이라면 암 덩어리를 모두 제거하는 '최대 세포종양감축술'을 시행한다. 수술 전 검사에서 저위험군 초기 자궁내막암(저등급 자궁 내막에 국한돼 있거나 자궁근층 침윤이 50% 이하일 때)으로 추정될 때, 골반 및 대동맥 림프절절제술 여부가 전체 재발률과 생존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고되어 림프절절제술을 생략하거나 감시 림프절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저위험군 자궁내막암 환자가 임신을 원하면 자궁을 절제하지 않고 프로게스테론 기반 호르몬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진행성 병변이거나 더 이상 출산하지 않는다면 자궁절제술을 시행한다.”
-최신 수술법은.
“수술은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등을 시행한다. 개복 수술보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미세 침습 수술이 합병증이 적다. 미세 침습 수술은 흉터가 적고 통증도 덜하고 회복과 입원 기간을 줄여 일상생활에 빨리 되돌아갈 수 있다.
복강경·로봇 수술은 수술 후 생존율·재발률도 개복 수술보다 나쁘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이 늘고 있는데 기존 복강경 수술보다 확대 비율(15배)이 높고, 떨림 방지 기능이 있어 신경 보존이나 혈관 손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 보조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비만·당뇨병·고혈압 등 기저 질환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하면 방사선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자궁내막암을 조기 발견하거나 예방하는 방법은 없나.
“아쉽게도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처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던 위험 인자를 평가해 회피하거나 낮출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비만·당뇨병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에스트로겐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하면 이를 중단하고 프로게스테론과 병합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
유방암으로 타목시펜을 복용한다면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받으면서 자궁 내막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무배란이 지속된다면 경구 피임약이 자궁내막암 예방에 도움 될 수 있다. 또한 유전성 변이가 있다면 산발성 암보다 10~20년 일찍 발생하기에, 린치증후군이 의심되거나, 자궁내막암이 50세 이전에 발생하면 유전성 소인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때 ‘불일치 복구 상태 부족(MMRd)’ 또는 ‘고빈도-현미 부수체 불안정성(MSI-h)’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