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주진우, 채 상병 사망을 군 장비 파손에 비유... 野 "해병 순직 모욕한 망언"

입력
2024.07.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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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중 발언 논란
"파손 책임 물어 압류하면 누가 승복하나"
野 "인권의식 의심" "이 정도면 확신범" 비판


“사망사고가 아니라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중략) 무조건 파손 책임을 물어서 압류한다고 하면 누가 승복할 수 있겠습니까.”

'채 상병 특별검사법' 국회 본회의 처리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채 상병 죽음을 '장비 파손'에 비유하는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젊은 해병의 순직을 모욕한 망언"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3일 밤, 국민의힘 의원 중 두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주 의원은 "군 장비를 파손했는데 조사하는 사람들이 일주일 만에 조사를 한 다음 '군 설비에 대해 파손책임이 있으니 압류를 해놓고 소송을 진행해야 되겠어'라고 한다면 그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는 파손 사건이 아니라 사망사건이지만, 사망사건이든 파손사건이든 조사 체계와 형평성은 같은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 후 2시간가량 지난 시점에 주 의원이 또다시 "사망사고든, 다른 사고든 과실에 따른 업무 처리 절차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같은 취지의 주장을 제기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단상에 올라온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잠시 대화를 나눈 주 의원은 "제가 지금 얘기하는 게 논리적이지 않고, 무리한 얘기라면 고함칠 게 아니다"라며 "왜 고함으로 얘기를 막으려 하는 것이냐"고 했다.

주 의원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은 채 상병 순직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면 젊은 해병의 순직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느냐"며 "공직자로서의 책임의식은 물론 인권의식조차 의심되는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채 해병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망언"이라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잘못을 깨달았을 테지만, 이 정도면 ‘확신범’ 수준"이라고 주장하면서 주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회의장에 참석했던 야당 의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 비판에 나섰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다. 상관의 무리한 지시를 따르다 장병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것을 장비 파손에 비유한 것은 채 해병의 희생을 경멸하고 모독하는 것"이라고 했고, 강유정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장비가 아니고 사람이고, 손괴가 아니고 사망"이라며 "장비는 새로 사면 되지만 아들은 어디서 되찾냐고 본회의장에서 소리 높였다"고 적었다.

반면 여당은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며 주 의원을 추켜세웠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사로서 실제 수사를 진행해본 경험과 사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내용을 차분히 설명했다"며 "야당 의원들이 막말성 고성을 질러 흐름을 끊었지만, 굴하지 않고 품격을 잃지 않은 점도 높이 살 만하다"고 썼다.

주 의원은 이와 관련해 "기물파손 시에도 행정조사가 남용돼 병사에게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사망사고는 보다 중대하므로 더욱 더 철저히 조사를 해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