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동훈' 전선 흔들리나... 나경원 "원희룡도 한동훈 실패 말할 입장 아냐"

입력
2024.07.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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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레이스 초반 한동훈 공격에 한목소리
2위 경쟁 본격화 해석...연대 가능성 위한 차별화
자유총연맹 행사서 尹 만난 한·원·나...악수만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반한동훈' 전선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대세론'을 형성한 한동훈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듯했던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가 지난 총선 참패 책임론을 두고 물고 물리면서다. 20일 남짓 남은 전당대회까지 이들이 얼마나 공고한 연대를 하느냐에 따라 당권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후보와 나· 원 후보는 4일 총선 참패 책임론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더라면 이런 참패는 없었을 거라 자신한다"는 원 후보의 메시지가 발단이었다. 원 후보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많은 사람이 경험 많은 원희룡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지만, 선택은 한동훈이었다. 선택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며 "불과 두 달여 전 크게 실패한 사람에게 대표를 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의 주장을 들은 나 후보가 반박에 나섰다. 그는 "원 후보도 한 후보의 '실패'를 말씀하실 입장은 아니다"라며 "원 후보는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무려 8.67%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반이재명' 프레임에만 의존해 선거를 치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면 우리 당은 '수직적 당정관계' 프레임에 갇혔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윤 후보도 이날 "'한동훈 대 원희룡' 구도는 '현재 권력 대 미래 권력'의 싸움"이라며 "누가 이기든 당이 분열될 공산이 크다"고 두 후보를 모두 겨냥했다.

당권 레이스 초반부터 대세론을 등에 업은 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배신의 정치'에 한목소리를 내던 때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1강(한동훈)·2중(원희룡 나경원)·1약(윤상현)' 구도 속에서 원 후보와 나 후보의 '2위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온도차가 있긴 하지만 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전대가 다가올수록 결선투표를 위한 연대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선제적인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후보들의 경쟁을 의식한 듯 한 후보도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과 차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나 후보와 원 후보 역시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윤 후보는 인천 총괄선대위원장이었다"며 자신에게 집중된 총선 패배 책임의 화살을 다른 후보들에게 돌렸다.

이날 한·원·나 후보는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개최된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 참석했다. 당대표 선출에 당원투표 비율이 80%나 차지하는 만큼 국내 최대 보수단체 행사 참석을 통해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얻겠다는 취지에서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한 후보와 나 후보, 원 후보와 차례로 악수를 나눴지만,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윤 대통령 의중)' 향방에 쏠린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