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살든 동등한 삶 누리도록"… 독일은 이렇게 만들 의지가 있다

입력
2024.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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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정부 '동등성 보고서' 발간 
지역별 삶의 질 총체적 측정은 처음
"동등한 생활조건, 사회적 결속 기반"

독일 연방정부가 '동등성 보고서'를 3일(현지시간) 발간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이러한 형태의 보고서 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보고서를 토대로 지역별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거주지와 무관하게 모두가 잘사는 독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모두 잘사는 독일" 위한 추진 동력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낸시 패저 내무부 장관은 이날 베를린 하원에서 두 부처가 주축이 돼 만든 226쪽 분량의 동등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21년 연립정부(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출범 당시 약속한 '동등성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현재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토대로 동등성 정책을 더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등성 정책은 독일 헌법인 기본법에 명시된 '영토 내 동등한 생활 조건을 창출한다'는 정부 의무를 실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베크 부총리는 "모든 시민은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잘살 수 있어야 하고, 모든 기업은 기업이 위치한 곳에서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보고서는 독일 전역을 강력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별 동등성 확보가 곧 국익이라고 본다. 보고서는 "동등한 생활 조건은 균형 잡힌 경제 발전, 평등한 기회, 공정한 참여 기회 및 사회적 결속을 위한 기반을 형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분단 및 통일을 거치며 동·서독 균형 발전을 중시해 온 기조도 정부가 보고서까지 발행하며 동등성을 챙기는 이유로 분석된다.


3만1000건 인터뷰해 '시민 마음' 반영

정부는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38개 주요 지표를 추려 지역별 동등성을 평가했다. 경제력, 실업률, 출생률, 기대수명, 의료 및 보육시설, 기후·환경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27개 지표에서 지역별 격차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별도 자금을 투입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다만 어린이집 공급, 숙련인력 비율 등에서는 지역별 편차가 벌어졌다.

정부는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관련 수치 등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시민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18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포함해 약 3만1,000건의 인터뷰가 실시됐다. 주관적 평가를 보고서에 포함한 것은 동등성 정책이 개개인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동독에서 보육 서비스 질이 높아졌음에도 만족감은 낮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하베크 부총리는 "때로 상황과 기분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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