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숨 안 쉬는 것 같아요"… 119 녹취록에 담긴 시청역 사고

입력
2024.07.04 19:00
사고 당시 119에 14건 신고 전화
상황 파악할 새 없이 출동 요청
"도로에 누워 있어" "여러 명 쓰러져"
"심폐소생술 할 상황 아냐" 증언도

지난 1일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친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사고 당시 119에 신고된 녹취록이 공개됐다. 순식간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혼란스러웠던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4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시청역 교통사고 관련 119 신고 녹취록을 보면, 사고가 벌어진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 20초부터 9시 42분 31초까지 모두 14건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그중 2건은 말없이 전화가 끊겼다.

"제가 응급처치할게요" 적극 나선 신고자

제네시스 차량이 순식간에 인도 위로 돌진한 탓에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은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허겁지겁 119에 신고했다. 첫 신고자는 "시청역 사거리인데 자동차 사고가 크게 났다. 승용차끼리 들이받은 것 같은데 운전자가 튀어나와 도로 한복판에 있다"며 "보행자인지 모르겠는데 사람 1명이 도로에 누워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고자는 "차가 사람 여러 명을 쳐서 사람이 쓰러져 있다.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다"고 신고했다. 환자가 대충 몇 명이냐는 접수자 질문에 이 신고자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까지 숫자를 셌다. 이후 접수자가 "응급처치 부서 연결하면 응급처치 할 수 있겠냐"고 묻자 이 신고자는 "네, 제가 (응급처치) 할게요"라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한 신고자는 충격적인 상황에 울면서도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이 신고자는 "지금 오토바이 사고 나서 사람이 다쳐서 인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제네시스 차량이 인도를 침범하며 인도 위에 서 있던 오토바이를 쳤는데, 이 모습을 보고 오토바이 사고로 착각한 것으로 추측된다.

"진정해야 돼요" 신고자 다독인 접수원

이 신고자는 의식이 있는지, 숨을 쉬는지 등을 묻는 접수자 질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은 뒤 "의식이 없다. 숨 안 쉬는 것 같다고 한다"고 답했다. 접수자는 "울지 말고 진정해야 된다"라고 신고자를 다독이기도 했다.

마지막 14번째 신고자는 사고 발생 약 15분 뒤 119에 전화했다. 현장을 벗어난 뒤 상황 파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뒤늦게나마 신고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신고자는 "큰 굉음이 났고 사람들이 다 쓰러져 있는데 한 명만 심폐소생술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나머지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처참했던 현장 상황을 증언했다.

사고차량 운전자 차모씨는 지난 1일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200여m 역주행하다 안전펜스와 인도 위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BMW, 소나타 차량을 추돌했다. 경찰은 차씨에 대해 체포영창을 신청했지만, 전날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기각했다. 차씨는 갈비뼈가 골절돼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