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사 4명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검사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 검찰총장-검사장-차·부장검사-평검사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고, 특수·공안·형사·공판 등 모든 부서 검사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검란(檢亂)에 가까웠던 가장 최근 사례인 2020년 추미애-윤석열(추윤) 갈등과도 결이 다르다는 게 검찰 안팎의 공통 평가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직무정지'는 남의 얘기에 가까웠지만, 이번 검사 탄핵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검사들의 위기감과 연대의식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전산망 이프로스에 게시된 '검사 탄핵안 발의에 대한 검찰총장 입장문'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댓글 300여 개가 달렸다. 검사들은 "범죄를 밝혀냈다는 이유로 보복하는 경솔한 결정"이라거나 "헌법수호 수단인 탄핵제도가 오히려 헌법 파괴에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검사장급도 여러 명 의견을 냈고, 댓글 절반 가까이는 사법연수원 39기 이하 평검사들이 썼다. 부서를 가리지 않고 거의 전 보직의 검사들이 고르게 참여했다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직급과 전공을 따지지 않는 전방위 동조는 과거 검란 때와 좀 다른 특징이다.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의 경우 △'친윤 날리기' 인사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등,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힘빼기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당시 반발은 주로 '친윤 검사'들이 주도했고, 다른 검사들은 "그래도 우리 총장인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정도의 반응이었다. 2005년 검·경수사권 조정, 2012년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의 권한 축소에 따른 검란 때도 지휘부 중심으로 분위기가 조성됐고, 반대편에선 '검찰개혁 필요성'이나 '검찰의 자성'을 말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반발은 폭이 좀 더 넓다. '적법하게 했던 수사에 대해 불이익을 주려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엄희준·박상용)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며서 제각각 탄핵사유를 들었지만, 모두 이번 인사 직전까지 이 전 대표 사건을 수사하거나 지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일선 검사가 스스로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건 배당은 관할이나 고소·고발장 접수, 당시 업무 배분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이번 탄핵 대상인 박상용 검사도 '특수통 검사'는 아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2월 수원지검으로 전보돼 형사1부에서 감찰 업무를 맡았다. 수원지검 내부 수사기밀 유출 사건을 감찰하던 중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혐의를 발견하고 수사팀에 투입됐다. 박 검사 사례처럼, 보직을 따라가다가, 일을 좇다가 탄핵당할 수 있다는 게 일선 검사들의 우려인 것이다.
실제로 이 총장 발언 글에는 "헌법과 법령이 정한 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신분보장을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금번 탄핵안은 충격적이다"(지검 형사부 평검사)거나 "배당된 사건을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했다는 이유로 근거도 없이 탄핵이 가능한가"(재경지검 부장검사)라는 댓글이 달렸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는 검사 의견을 안 묻고 차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안그래도 정치적 사건 수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제 사건을 맡기 싫어 휴직계라도 내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을 넘어 법원에서도 이번 탄핵안 발의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과거 검사 탄핵과는 달리, 이번 검사 탄핵은 무엇이 탄핵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인지 불명확하다"며 "수사라는 일반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탄핵으로 나아간 것은 너무 섣부른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