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1,100조 원을 돌파했어도 야당과 정부‧여당의 ‘내로남불’ 경제정책은 변함이 없다. 재정 악화 책임을 묻겠다면서 확장 재정을 주장하는가 하면, 계속된 감세정책을 쏟아내면서도 줄어들 재원 충당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재정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어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4일 정부‧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1호 법안인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 원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12조~17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행안위 상정 전날인 1일에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지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확대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극화 해소‧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한 경우’를 요건에 추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전쟁‧대규모 재해가 발생했거나 경기침체‧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불과 10여 일 전 “세수 결손이 심각한 데도 정부가 세수 기반을 허물고 있다. 재정파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고 주장한 게 야당이다. 재정 악화를 불러온 세수 펑크를 지적하면서 재정을 더 풀자고 한 셈이다.
출범 이후 줄곧 재정건전성을 강조해 온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상속세와 관련한 최대주주 할증 평가를 없애겠다고 밝힌 데 이어, 상속세 세율 조정과 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추진 의지를 밝힌 감세안도 줄줄이 출격 대기 중이다. 반면 줄어들 재원을 충당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1년간 시행한 세제 개편으로 2028년까지 예상되는 세수 감소분은 약 89조 원으로 추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3년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점검’ 보고서를 통해 재정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2028년까지 연평균 11조3,400억 원의 정부지출이 늘지만, 수입은 같은 기간 매년 평균 2조9,880억 원씩 줄어든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경제정책을 대하고 있다”며 “급격히 늘어난 국가채무는 결국 미래 세대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이전 정부 출범 당시 약 660조 원(2017년)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1,126조 원까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