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의 '필러 2(Pillar II)' 동참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 다음 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전후로 잠정적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만일 동참 결정이 내려진다면 한국이 대(對)중국 안보협의체인 오커스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4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달 9~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오커스 필러 2에 대한 정부 입장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등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주요 관계 부처별로 논의는 계속 이뤄져왔다"며 "아직까진 어떤 방침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한 외교소식통은 "곧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며 결정 임박을 내비쳤다.
오커스 필러 2는 오커스 회원국인 미국과 영국, 호주가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사이버 안보·해저기술·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 첨단 군사역량에 대해 공동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안보동맹 성격이 강한 필러 1과 비교해 기술 공유 협정에 좀 더 가깝다. 앞서 오커스 3개국은 필러 2를 통한 협력국 확대를 검토하면서, 일본을 첫 대상으로 지목했다.
한국 정부에는 지난 5월 한국·호주 간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계기로 동참 제안이 들어왔다. 2+2회의 직후 방한한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어베 르마위 책임연구관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오커스 필러 2는 국방 분야의 FTA(자유무역협정)처럼 진입 가치가 높은 안보 이해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동맹국인 미국뿐 아니라 우호국가들과 첨단기술 및 방산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당장 호주가 추진 중인 대규모 국방, 방산정책에 참여할 길도 더 넓힐 수 있다.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협의체인 '쿼드(QUAD)'보단 결속력이 강하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 제공 프로그램인 필러 1보다 군사적 성격이 떨어진 점에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은 "미국과 다른 안보협력국들과의 전략적 명확성을 유지하고 지정학적 존재감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 견제의 목적으로 뭉친 3국 협의체인 만큼 중국의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동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커스 필러 2의 '기술·기밀 공유'는 결국 참여국 간 정체성과 구속력을 부여해 '진영의 외연'을 견고화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 동참 결정이 내려져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오커스 필러 2는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의 무역·기술 교류 등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넘어야 할 법적 문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당장 오커스 필러 2 합류를 사실상 공식화한 일본 역시 미국과 수출규제정책을 두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참여국 간 방산기술 정보 공유 수준도 협의가 필요한 난제 중 하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는) 오커스 필러 1도 아니고, 북한이 위협을 높이는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며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기술 협력이 이뤄진다면 정부로선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