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가장 큰 곰(Bear·약세론자)이 결국 회사를 떠난다."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
미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시장 수석 전략가가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최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비관론'을 고수한 것이 화살로 돌아왔다.
3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 통신, CNBC 등에 따르면 콜라노비치는 최근 "다른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내부 메모를 통해 퇴사 소식을 알렸다. 블룸버그는 콜라노비치의 퇴사가 최근 2년간 주식시장 전망과 관련해 "재앙적으로 어긋난 전략을 제시한 결과"라고 전했다. 콜라노비치 후임에는 두브라브코 라코스-부하스 글로벌 증시 수석 전략가가 내정됐다.
금융투자 업계 내 인력 이동은 빈번하지만, 콜라노비치의 퇴사는 '문책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콜라노비치는 월가의 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로 꼽혀 왔다. 최근에도 미국 주식시장이 '고평가' 돼 있다는 주장을 견지해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올해 말 4,200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 전망을 최근까지도 수정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도 고용 둔화, 주택 매매 감소, 카드 연체율 증가 등을 근거로 미국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며 '투자 비중 축소'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 증시는 펄펄 날고 있다. 올해만 16% 상승한 S&P500은 지난 2일 사상 첫 5,500선을 넘기더니, 3일 재차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5,537.02)를 다시 썼다. 이날로 올 들어 33번째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콜라노비치의 전망대로라면 S&P500은 올해 25%에 가까운 조정을 겪게 된다. 그사이 월가의 다른 투자은행들은 올 연말 S&P500 목표치를 5,600~6,000선으로 올려 잡은 상태다. 연말 S&P500 목표치를 5,200 밑으로 예상한 주요 금융사는 JP모건이 유일하다고 CNBC는 전했다.
JP모건에서만 19년을 일한 콜라노비치도 한때 '시장을 움직이는 남자'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콜라노비치는 과거 '주식시장 수익에 대한 시기적절하고 정확한 단기 예측'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기관 투자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콜라노비치가 "선견지명이 있는 시장 예측으로 '간달프('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지혜로운 마법사)'로 통했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