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범죄로 처벌하는 아프리카 국가 카메룬에서 40년 넘게 장기집권한 대통령의 딸이 '커밍아웃(스스로가 성소수자임을 밝힘)'을 했다. 카메룬의 성소수자 탄압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3일(현지 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폴 비야(91) 카메룬 대통령의 딸인 브렌다 비야(26)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여성과 입을 맞추는 사진을 올렸다. 비야 대통령은 슬하에 네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브렌다는 해당 게시물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커밍아웃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사진을 두고 "커밍아웃을 했다"고 보도한 외신 기사를 공유하는 등 여러 단서를 남겼기 때문이다.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DW)는 "브렌다는 그간 해당 여성과 함께 있는 사진을 SNS에 여러 차례 올려 성적 지향에 대한 추측을 일으켰다"며 "이날 게시물은 소문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카메룬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퍼스트 도터'의 커밍아웃이 사회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카메룬은 2016년 동성애를 최대 징역 5년에 처하는 성소수자 처벌법을 제정했으며, 이후 처벌과 폭력을 공공연하게 행사해 왔다. 그런데 1982년부터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반(反)성소수자 정책을 주도해 온 비야 대통령이 딸의 공개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2021년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카메룬에서 벨기에로 망명한 트랜스젠더 여성 샤키로는 BBC에 "카메룬 성소수자 사회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브렌다의 커밍아웃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리라는 지적도 있다. 카메룬 정부 및 언론은 사안에 침묵하고 있으며, 브렌다 본인도 사회 변화를 이끌 만한 추동력을 만들고 있지 않다. BBC는 "비판자들은 브렌다가 단지 주의를 끌기 위해 사진을 공유했다고 의심한다"며 "이 나라에서는 커밍아웃조차 소수의 계층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지에 대한 의문 또한 제기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