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서안지구 토지 또 대거 압류…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최대

입력
2024.07.04 08:56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대 12㎢ 국유화 조치
팔레스타인인 소유 금지, 이스라엘인에 임대
'정착촌 확장' 놓고 국제사회와 충돌 예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대규모 토지를 또 한 번 국유화해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들이 늘어나자, 이스라엘이 더욱 공격적으로 서안지구 내 정착촌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정착촌 건설 반대 단체인 피스 나우는 이날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이 요르단 밸리 일대 땅 2,965에이커(약 12㎢)를 국유화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국유화된 토지의 팔레스타인인 개인 소유를 금지하고, 대신 이스라엘인에게 임대를 허용하게 된다. 사실상 정착촌 확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피스나우에 따르면 이번에 국유화한 토지의 규모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과 이스라엘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 이후 최대다.

서안 점령지 국유화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 내 극우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피스나우는 "이스라엘은 몇몇 토지를 받게 될 정착촌 주민을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조치는 최근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페인, 슬로베니아 등 유럽 각국이 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조치에 속속 가세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현재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146개국이다.

이스라엘은 이에 크게 반발해왔다. 특히 네타냐후 정권 내 극우파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서안지구에 1만 개의 정착촌을 승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