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르포'라 칭송받는 '중국의 붉은 별'...마오쩌둥 사상 확산 도구였다?"

입력
2024.07.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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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줄레아 로벨 ‘마오주의’


미국 기자 에드거 스노(1905~1972)가 쓴 '중국의 붉은 별'은 '카탈루니아 찬가(조지 오웰)', '세계를 뒤흔든 열흘(존 리드)'과 더불어 세계 3대 르포르타주로 꼽힌다. 국민당에 밀려 1936년 중국 서북부 옌안에 자리 잡은 마오쩌둥을 인터뷰한 내용과 중국공산당의 혁명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193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스노의 책은 마오쩌둥과 중국공산당을 휘감았던 베일을 벗겨냈다.

'중국의 붉은 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록 문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영국 런던대학에서 중국 현대사와 문학을 가르치는 줄리아 로벨은 책 '마오주의'에서 '중국의 붉은 별'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중국의 붉은 별'이 마오쩌둥 사상인 '마오주의'를 세계에 퍼뜨린 최초의 선전물이었다고 단언하면서 "마오주의가 전 세계적인 현상임에도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오쩌둥 사상은 중국공산당 규약에 서술된 '중국적 공산주의, 중국적 마르크스주의'를 일컫는다. 로벨은 이와 구별되는 '마오주의'를 쓰는데, 지난 80년 동안 마오쩌둥에서 시작된 각종 이론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마오주의는 붉은 소책자 형태의 '마오어록'과 '중국의 붉은 별'을 통해 국제 사회로 퍼져나갔다.

로벨은 마오주의가 얼마나 널리 확산됐는가를 실증한다. 1950년대 말레이시아 비상 사태, 1960년대 인도네시아 대학살, 서유럽과 미국의 문화혁명, 베트남 전쟁, 크메르 루주 학살, 아프리카 남로디지아(짐바브웨)의 백인 통치 종말, 페루공산당 '빛나는 길'의 반란, 네팔 내전에 이어 최근 인도 정글에서 벌어지는 낙살라이트 게릴라의 반란 등 거의 모든 대륙과 문화권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의 배경에 마오주의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초부터 마오주의의 유산을 이행해 왔다. 우상 숭배, 군사력에 의존하는 공산당 구조, 중국을 글로벌 리더로 만들려는 야망 등이 일례다. 옛 소련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산주의 정권'이 되는 올해를 맞아 중국인들은 마오쩌둥을 향한 향수에 불을 지폈다. 마오쩌둥은 1976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위력적이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