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수차례 만남을 요청하고 선물을 건넨 장면을 촬영한 최재영 목사가 '스토킹' 혐의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했다. 최 목사는 '만남이 거부당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스토킹이냐'는 입장을 밝히며, 김 여사에 대한 수사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4일 최 목사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1월 한 보수단체는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스토킹했다며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최 목사가 2022년 김 여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10여 차례 만남을 요청하고 명품 가방을 전달한 뒤, 이 장면을 몰래 촬영한 게 스토킹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날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과 만난 최 목사는 스토킹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김 여사가 만남을 거부하거나, 거부했는데도 계속 만나자고 한 적이 없다"며 "김 여사 비서가 일시와 장소 등을 모두 알려주고 안내를 받아 접견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양평 고속도로 변경 사건이 터졌을 때 김 여사가 저한테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살인적인 공격과 모함을 당했을 때 목사님이 제게 가장 큰 힘이 돼줬다는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스토커라고 생각했다면 어떻게 그런 카톡을 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스토킹이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불안감을 느꼈어야 하는데, 김 여사가 최 목사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여사에게 만남을 요구한 이유를 묻자 최 목사는 "통일 운동을 하는 재미교포로서 대북 정책을 조언하고 자문하기 위해 접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당연히 포토라인에 서고 수사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선물을 준 사람은 출국저지를 당하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데 막상 뇌물 받은 분이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건 수사기관이 정권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이미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선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도 김 여사에게 선물을 건네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으로 최 목사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