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 재판 형량 선고 시기가 9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애초 잡혀 있던 날짜에서 2개월 연기된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는 기소 면책특권이 적용된다는 미국 연방대법원 결정의 여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한 기업문서 조작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후안 머천 판사는 2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대상 형량 선고 날짜를 앞서 공지한 이달 11일에서 9월 18일로 연기한다고 검찰과 트럼프 측 변호인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밝혔다.
머천 판사는 대통령 면책특권 관련 대법원 결정이 입막음 돈 사건 평결에 영향을 미치는지 9월 6일까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원래 선고일이었던 11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자리인 공화당 전당대회(15~18일) 직전이다. 잔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다. NYT는 “해당 선고는 두 차례 탄핵 시도를 당하고 네 번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 대선 전에 유일하게 형사 책임을 지는 순간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선고 보류의 득실을 따지기는 아직 이르다. WSJ는 “지연은 트럼프 측 사법 전략의 특징”이라면서도 “선고일(9월 18일)은 대선 당일인 11월 5일에 더 가까운 날인 만큼 경쟁에서 중요한 시기에 트럼프가 중범죄자라는 사실이 유권자들에게 상기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약 한 달 전 내려진 유죄 평결을 아예 뒤집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표다. 그의 변호인단은 전날 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대법원 결정 내용을 반영해 입막음 돈 사건 재판 유죄 평결을 파기해 달라고 요구하는 별도 서한을 이달 10일까지 내겠다고 밝히는 한편, 11일로 예정된 형량 선고 일정도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일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면책특권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항의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의 변호인단은 법원에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재임 기간 공적 행위 관련 증거는 배심원단에 제시되지 않았어야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WSJ는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 호프 힉스 전 백악관 보좌관의 법정 증언 등이 공적 행위 관련 증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의 과거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 하는 전직 성인영화 배우의 입을 개인 변호사를 시켜 회삿돈으로 막은 뒤, 그 비용을 법률 자문비로 꾸미려 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지난해 3월 말 기소됐다. 유무죄 결정권을 가진 배심원단은 올해 5월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된 34개 혐의 전부를 만장일치 유죄로 평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