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영상 좀 올려본 사람은 조회 수 ‘100만’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숫자인지 잘 안다. 소위 ‘잘나가는’ 전문 유튜버나 ‘셀럽’ 정도는 돼야 가끔이나마 누릴 수 있는 꿈의 조회 수다. 그런데 이 ‘꿈같은’ 숫자 100만을 훌쩍 넘긴 경이로운 조회 수가 최근 공공기관 홍보 채널에서 ‘빵빵’ 터지고 있다. 1,014만(충주시 유튜브), 881만(양산시 인스타), 338만(코레일 인스타) 등등. 왠지 고리타분할 것 같은 지자체 등 공공기관들이 의외로 젊은 감각의 영상을 만들어 정책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여기에 MZ세대 시청자가 호응하면서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유튜브 러시’는 시민에게 다가가려면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읽힌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이 모르면 소용없으니. 고민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선 참신한 기획력과 ‘끼’를 갖춘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이미 ‘충주맨’ ‘미스기관사’ ‘소방관 삼촌’ 등 스타급 유튜버가 속속 등장했고, 능력자 영입을 위한 파격 조건도 내걸렸다. 일례로, 부산시는 최근 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크리에이터 채용 공고를 내며 일반임기제 7급을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7급은 전문직에 해당하는 공인회계사나 인공지능(AI) 전문가 등에 적용되는 급수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공무원 유튜버 중에서도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은 가장 독보적인 성공 모델로 꼽힌다. 그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지역 인구의 4배 수준으로 늘리는 등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충주맨의 성공 이면엔 연간 61만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기획, 촬영, 출연, 연출, 편집까지 혼자 도맡아야 했던 열악한 환경이 숨어 있다. 그나마 충주맨은 승진도 했고 최근 후배 직원까지 생겼지만, 대다수 공공기관 홍보맨들의 현실은 눈물 난다. 요즘 ‘뜨는’ 챌린지는 기본이고, ‘빅 재미’를 위해 몸을 던져가며 영상을 만들어도 고작 몇 백, 몇 천 회에 불과한 조회 수에 좌절하기 일쑤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7급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건 부산시조차 채용 예정 인원은 단 한 명.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출연, 연출까지 한 사람의 몫으로 규정한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맨땅에 헤딩까지 하는 현실이 ‘개인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마침내 조직의 성공담으로 둔갑하는 상황도 당황스럽다.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성과를 거둔 극소수의 이야기가 모두가 따라야 할 모범 사례로 통해선 안 된다. 지원에는 인색하면서 성과를 기대하는 풍토야말로 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조직문화의 전형 아닌가.
부족한 인력, 열악한 제작 환경은 공공기관 홍보 영상이 ‘OOO의 패러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로 이어진다. MZ세대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소중한 영상들이 맥락 없는 개그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공공 콘텐츠로 정착하기 위해선 개인기에 기대기 전에 상식적인 수준의 투자와 지속 가능한 제작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혼자서 또는 몇몇이 열정을 ‘갈아 넣어’ 만든 영상이 경직된 공직사회의 편견을 깨는 ‘의외성’의 가면을 쓰고 젊은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 상황은 그냥 아이러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