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심리하다가 올해 1월 숨진 강상욱(48·사법연수원 33기) 서울고법 판사가 순직을 인정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강 판사 유족에게 지난달 24일 순직 유족급여 승인 결정서를 보냈다. 강 판사는 1월 11일 대법원 구내 운동장에서 탁구를 하다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평소 강 판사는 운동을 한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야근을 했는데, 이날에도 사무실 컴퓨터는 켜진 상태였다고 한다. 유족은 강 판사가 업무 수행 중 사망했다며 순직 인정을 신청했다. 강 판사의 업무 과중 등을 입증하기 위해 유족은 인사처에 수만 쪽에 달하는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판사와 같은 재판부였던 김시철(59·19기) 부장판사 등도 강 판사의 과로 내역을 기재한 경위 조사서와 의견서를 인사처에 제출했다. 김 부장판사는 첨부한 개인 의견서를 통해 "누구보다도 판사의 업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면서 "이로 인한 과중한 업무 부담이 결국 불행한 결과를 야기했지만 그 과정에서 강 판사의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은 저희 법관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강 판사가 속했던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2심에서 사상 최대 액수인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내렸다. 강 판사는 이 사건 주심은 아니었지만, 사건이 중요한 만큼 재판부 소속 판사 모두가 사건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판사 사망 이후 재판부는 김시철 부장판사, 이동현(36기) 고법판사, 새로 부임한 김옥곤(30기) 고법판사로 구성됐다.
경위 조사서엔 이 재판과 관련해 "기록이 2만5,000쪽이 넘고 위자료 청구금액이 30억 원, 재산분할 청구금액이 2조 원에 이르는 사건"이라면서 "강 판사가 주심 판사는 아니지만 사건의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역시 강 판사의 업무를 가중한 요인 중 하나"라는 의견이 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