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수능 논·서술형 전환 공론화를... 1차 채점 AI가 가능"

입력
2024.07.02 18:00
서울시교육감 취임 10주년 기자회견
"교육과정 왜곡 대입제도·대학 서열화 개혁 앞장"
"유보통합 예산은 교육청에 완전 이관돼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논·서술형 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 '2033 대입 개편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공론화하며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초·중·고교) 수업이 바뀌려면 평가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행 수능이 논·서술형으로 바뀌어야만 글로벌 보편성을 갖는 한국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 주는 학교 수업이 요구되지만, 대입 영향력이 큰 오지선다형 평가(수능)로 인해 초·중·고교 수업과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1993년 도입돼 암기 위주 문제로 변질된 수능을 개편하자는 교육계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조 교육감도 논·서술형 도입을 장기 과제로 차근히 준비하자고 촉구한 것이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하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심의한 '2028 대입제도 개편안'에 논·서술형이 반영되지 않은 주된 논리가 '시기상조론'이었음을 거론했다. 이어 "명확한 미래 교육 방향을 정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시기상조' 논리가 반복될 것"이라며 "공론화 등 2033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평가의 공정성 담보를 위한 '3단계 채점'도 제시했다. 1단계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기계적 채점을 하고 2단계는 고교 교사, 3단계는 대학교수들이 채점하는 방식이다. 조 교육감은 "이 방식은 채점의 실무적 부담도 완화한다"며 "AI 기반 논·서술형 채점은 이미 도입 가능한 프로그램이 개발됐고, 일부 학교에서 쓰이기에 2033 대입까지 준비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IB(국제 바칼로레아) 평가가 한국 수능에서 실현되는 것"이라 주장했다. IB는 토론형·프로젝트형 수업 및 논·서술형 평가에 바탕을 둔 국제인증 교육 프로그램이다.

조 교육감은 초중등 교육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 '대학 서열화 체제 개혁'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등 대학 서열화 완화를 위한 정책적 시도 필요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제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영유아 보육·교육 체계 통합(유보통합) 정책과 관련해 조 교육감은 "예산과 인력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청으로 완전하게 이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보통합은 어린이집이 받던 지원을 뛰어넘어 공교육 수준의 지원을 받겠다는 기대에서 출발했다"며 "만약 이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어린이집이 받던 지원에서 차질이 생겨 교육청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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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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