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향해 "갈등과 대결의 정치가 반복되면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할 수 없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민생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훌륭한 정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수사 검사' 탄핵 추진,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 처리 등을 두고 대결 정치를 반복하고 있는 국회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충돌하는 다수 현안에 대통령실이 관여돼 있고 여당은 야당과의 타협보다 대통령실 엄호에 급급한 현실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살려내는 일은 윤 대통령의 솔선수범으로 시작돼야 한다.
정부는 그제 인구전략부·정무장관 신설과 여성가족부 유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무장관 부활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회와 정부의 실질적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여소야대인 국회와의 소통과 설득 없이는 정상적 국정 운영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했을 것이다. 국회에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국무회의 발언도 같은 취지로 이해된다.
정무장관 신설이 소통 강화 방편일 수 있지만,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역할을 장관에게 맡긴다고 해서 국회와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와 소통하고 야당을 설득하는 일은 재선 의원 출신인 홍철호 정무수석과 5선 의원 출신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활용해도 충분하다. '작은 정부' 공약과 배치된 장관직 신설도 결국 자리 챙겨주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4·10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에게 일방통행식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민심의 요구였다. 윤 대통령은 "저부터 바뀌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의 한 차례 만남 이후 국회와의 소통은 거의 전무하다. 오히려 여당 초선 당선자들을 만나 "대통령의 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라"고 했다. 입법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과의 타협이 필요한 마당에 대결 정치를 주문한 것과 다름없다.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거부권을 방패 삼아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민생 해결을 명분으로 국회에 대화와 타협을 주문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울림이 적은 이유다. 윤 대통령부터 변화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변화는 공염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