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로, 돈으로… 미국 대선 토론 뒤 ‘트럼프의 부통령’ 경쟁 점입가경

입력
2024.07.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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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구도상 러닝메이트 역할 미미
버검·밴스·루비오, 충성·자금력 각축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 대선 후보)과의 첫 TV 토론 압승으로 원래부터 별로 아쉬울 게 없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가 더 등등해졌기 때문이다. ‘아부’와 ‘돈’이 핵심 구애 수단이다.

“트럼프, 부통령 없어도 이겨”

미국 언론들이 꼽는 공화당 부통령 유력 후보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등 3명이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토론회가 열린 조지아주(州) 애틀랜타로 우르르 몰려가 눈도장을 찍은 이들은 같은 달 30일 방송에도 엇비슷한 전략을 들고 출연했다.

장점은 서로 다르다. 버검 주지사는 돈이 많은 전통적 보수주의자,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 운동의 스타, 루비오 의원은 외교 분야에 강점을 가진 온건파라는 게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의 분석이다.

그러나 주말 방송에서는 한결같이 ‘트럼프 칭찬’에만 주력했다. 버검 주지사는 이날 미국 N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부통령 없이도 이번 대선을 이기고 효과적으로 나라를 이끌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밴스 의원도 미 CBS방송에서 몸을 낮췄다. 그는 “나는 부통령에 출마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훌륭한 대통령이고 바이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의원 역시 미 CNN방송에서 “나는 부통령 후보로 선택되지 않았다”며 “오늘은 (대선 후보 TV) 토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 트럼프’ 대립이 뚜렷한 이번 대선 구도상 부통령 후보의 역할이 미미한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힐은 “마음을 정한 유권자가 많아서 러닝메이트가 승부를 흔들 여지가 크지 않다”며 “전문가들이 충성도를 중요한 낙점 기준으로 보는 이유”라고 전했다.

돈 잘 끌어오는 러닝메이트

자금 동원력도 주요 잣대가 될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부유한 정치자금 후원자들을 부패의 근원으로 치부하고 노동계층 유권자들에게 먹히는 포퓰리즘(대중영합) 메시지를 주로 활용했던 8년 전과 올해 대선은 다르다”며 “슈퍼리치(거부)와의 인맥도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결정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유력 후보 3명 전부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본인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긴 버검 주지사의 순자산은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이른다. 벤처 투자가 출신인 밴스 의원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1,200만 달러(약 165억 원) 규모 모금 행사를 조직해 기술업계 자금 유인 능력을 과시했다. 루비오 의원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끝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측 ‘자금줄’이 대안으로 고를 법한 선택지라는 게 NYT 평가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