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가정을 방문해 청소·세탁·요리 등을 해주는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인 이순화씨는 최근 근무 할 때 온도계를 들고 다닌다. 요양보호사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이씨가 지난달 14일 오전 한 가정에서 온도계로 측정한 실내 온도는 32.5도에 달했다. 이씨는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는 가정 상당수는 취약계층으로 고령의 어르신이 바람이 안 통하는 반지하에서 선풍기 한 대로 버티는 경우도 있다"며 "오전에 어르신에게 선풍기를 양보한 채 3, 4시간씩 요리·청소를 한 뒤 오후에는 또다른 집으로 이동해 같은 일을 반복하곤 한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노인생활지원사,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등 이동방문 노동자들이 인천시에 폭염·폭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은 1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온열질환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이동방문 노동자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하루에 수십에서 수백 세대 등 도시가스 안전 점검· 계량기 검침 할당량이 있는 점검·검침원 경우 폭염 특보가 발령되더라도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낮 시간대(오후 2~5시) 야외 작업을 최소화하는 권고안을 따르기가 쉽지 않다.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권미경씨는 "한 달에 750~800세대를 대상으로 점검과 4,200~4,500세대 검침을 하면서 고지서까지 전달하는게 우리 일"이라며 "계량기가 좁은 건물 틈새에 있다보니 우산을 못 써 비닐 우의를 입어야 하고 언덕도 오르내려야 하는데 더운 여름에는 곤욕"이라고 말했다.
이혹희 다같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인천시는 '이동노동자 복리 증진을 위한 지원 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만 구체적 안전 대책은 없는 실정"이라며 "서울시와 같이 물이나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편의점·은행을 쉼터로 지정·운영하고, 폭염특보 발효 시 업무를 일시 중지하는 지침 등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